‘유령’ 박소담, 쉬어간다는 것 [인터뷰]
입력 2023. 01.25. 17:03:08

'유령' 박소담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32살에 처음으로 ‘쉼’을 배웠어요. 그동안 제가 쉰다고 했지만 쉬는 게 아닌, 계속해서 에너지를 쓰고 있었더라고요. 앞으로 달려 나갈 길이 많은데 에너지를 어떻게 비축하고, 잘 써야할지 제 몸에 귀 기울인 계기가 됐어요. 지금 생각하면 잘 아팠던 것 같아요. ‘특송’ 홍보를 못한 게 죄송하고, 아쉬운 부분이지만 제가 아팠기 때문에 앞으로 더 건강하게 오래 달려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죠.”

건강을 되찾아 돌아왔다.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며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다. ‘긍정 에너지’, 배우 박소담의 이야기다.

박소담은 2021년 11월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유두암 소견을 듣고, 같은 해 12월 수술 후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후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으로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서게 된 그는 인사를 건네며 오래 일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약 10개의 혹을 빼냈어요. 임파선까지 전이가 됐죠. 목소리도 잘 안 나왔죠. ‘특송’을 영화관에서 보며 벅차더라고요. 너무 기다린 영화인데 그 시기에 많은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해 죄송했어요. 이번에 ‘유령’으로 많은 분들을 뵈려고 하니 너무 긴장됐어요. 영화를 보다보니 선배님들에게 받은 감사함이 밀려오고, 올라왔죠. 그래서 다 함께 울었던 것 같아요. 얼마 전, VIP 시사회 당일이 ‘특송’ 개봉 일주일이더라고요. 박대민 감독님이 꽃다발을 들고 오셔서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셨죠. 1년을 생각하면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금방 지나가서 저의 목소리로 많은 분들을 만나 감사해요. 새로운 에너지를 받는 요즘이죠. 오래 일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 거려요.”

최근 진행된 ‘유령’ 언론배급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박소담은 이하늬와 호흡 소감을 전하다 눈시울을 붉힌 바. 이를 듣던 이해영 감독 역시 눈물을 흘려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내려오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감독님은 왜 우세요?’라고 더 장난쳤죠. 하하. 촬영하면서 갑상선 호르몬이 저의 컨디션과 어떻게 가는지 저 조차 모를 때가 있었어요. 몸이 아픈지 몰랐기 때문에 촬영하는 내내 에너지가 좋지 않아 스스로 번아웃이 온 줄 알고 자책했죠. 촬영하는 내내 집합금지라 선배님들과 속을 터놓고 이야기할 자리도 없었어요. ‘유령’ 촬영하며 혼자 많이 힘들어했죠. 촬영이 다 끝나고 감독님께서 ‘어땠어?’라고 하는데 울어버렸어요. 잘 못해낸 것 같아 죄송했죠. 땅굴을 파고 들어갈 때 하늬 선배님께서 끌어주셨어요. 감독님께서도 고생을 많이 시켰다고 하셨지만 감독님 덕분에 작품을 할 수 있었죠. 좋은 선배님들을 한꺼번에 만나고, 유리코 역을 연기할 수 있어 감사해요. 감독님에게도 배운 게 정말 많았죠.”



조심스럽게 건강 근황을 묻자 박소담은 덤덤하게 말문을 이어갔다.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피부가 다 뒤집어졌어요. 아직 완치라고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죠. 약도 꾸준히 먹어야 하지만 일상생활도 하고, 저의 목소리도 어느 정도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아픈 걸 바로 알기 직전, ‘유령’ 후시 녹음을 했어요. 유리코를 마무리하고, 수술할 수 있었죠. 저의 상태를 어느 정도 알아서 잘 조절할 수 있었고, 준비할 수 있었어요.”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리는 영화다. 박소담은 전작 ‘특송’에 이어 ‘유령’으로 또 다시 액션물에 도전했다.

“전작은 특송을 하는 드라이버인데 예기치 못한 일에 휘말리게 되면서 아이를 지키기 위한 액션으로 흘러가요. 그래서 훈련을 받지 않은, 일대 다수로 싸워야하는 액션이었죠. ‘유령’의 총기 액션은 처음이었어요. 아무리 가볍게 만들어도 총의 무게는 4kg 정도였죠. 총을 들고, 구르고, 뛰고, 제 몸에 너무 길다보니까 어떻게 컨트롤을 하느냐에 따라 달랐어요. 연달아 액션을 보여드리고 됐는데 다른 액션을 보여드려 재밌었어요. 제가 예전에 육상선수였는데 워낙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액션은 계속해서 하고 싶어요.”

박소담이 연기한 유리코는 당차고, 거침없는 모습을 통해 조선인 임에도 총독부 실세인 정무총감 직속 비서까지 오른 야심가다. 특히 호텔에 갇힌 이후 반전 넘치는, 숨겨진 정체를 드러내며 ‘유령’의 키로 활약한다.

“유리코로 나올 때 모자, 장갑, 하이힐, 코트 등 많은 것들이 몸을 뒤덮고 있어요. 유리코가 갑옷을 장착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기 정체도 숨기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든 걸 다 철저히 기면을 쓴 사람 같았어요. 하이힐을 벗은 순간부터 저의 정체를 점점 드러내는, 그 순간을 기다린 인물이에요. 이런 것들이 없으면 액션 하기에도 훨씬 수월해지면서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울분을 담은, 시원한 느낌이 들었죠. 그걸 어떻게 한 단어로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감춰둔 것을 하나씩 벗어던지면서 오롯이 안강옥으로 싸워나가는 강인함을 담으려 했어요.”



다양한 변수를 가진 캐릭터를 박소담은 자신만의 다채로운 연기 색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전작과는 또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진가를 드러냈다. 유리코에서 반전의 인물, 안강옥을 어떻게 해석하려 했을까.

“유리코라는 작전명인 것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안강옥이었어요. 철저히 저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모자, 옷, 화려한 메이크업 등으로 유리코라는 가면을 쓴 거죠. 유리코를 연기하면서 하나씩 벗어던지며 안강옥으로 변해가는 저의 감정, 에너지가 기다려졌어요. 이 가면들을 벗어 던지고, 원래 날것의 안강옥 자체를 만나내고 싶은 욕망이 컸죠. 유리코로서 감추는 재미도 있었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배우로서 큰 복이거든요. 하나의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은데 저를 믿고, 다양한 모습을 한 작품에 보여줄 수 있도록 미친 텐션을 해보자고 해주신 감독님에게 너무 감사해요. 다양함을 해볼 수 있어 좋았죠.”

박소담은 박차경 역의 이하늬와 눈부신 여성 연대를 형성하며 또 다른 재미를 안긴다. 의심과 반전, 대립과 연대를 보여주며 ‘캐릭터 무비’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그 신마다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선배님이 항상 다 받아주셨죠. 선배님과 함께 하는 장면은 정신적으로 흔들릴 때였어요. 멘탈을 잡아주셨죠. 모든 걸 챙겨주셨어요. 안 좋아 보이면 뭐 먹어라 하고, 최근에는 갑상선에 좋은 오일을 만들어주셨어요. 항상 아낌없이 주시는 선배님이시죠. 같이 함께했던 것만으로도 너무 큰 분이에요. 나이차가 얼마 나지 않지만 엄마 같은 존재였어요. 항상 챙겨주셨거든요. 선배님이자, 기댈 수 있는 존재였어요. 에너지를 항상 저에게 주신 분이죠. 저의 모든 걸 관리해주신 것 같아요.”

‘유령’으로 관객들과 다시 만나게 된 박소담은 오래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건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그의 행보에 아낌없이 응원을 보내는 바다.

“영화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란 걸 느꼈어요. 그동안 정말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죠. 하늬 선배님처럼 좋은 에너지로 현장에 나타나고 싶어요. 저처럼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후배가 있거나 고민, 어려움이 있으면 좋건 없이 다가가 불편하지 않게 끌어내고 싶죠. 박소담을 떠올리면 ‘소담이랑 일하면 즐겁지, 에너지 좋잖아’라는 이야기를 듣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음 작품을 하기 전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려 해요. 최대한의 컨디션을 만들어서 좋은 에너지의 박소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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