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넘어 대중까지 잡는다…아이돌→배우 '자컨'이 필수 전략 된 이유[Ce:포커스]
입력 2026. 06.15. 06:00:00

리센느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형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 아이돌 그룹에게 자체 제작 콘텐츠(자컨)는 단순한 팬 서비스를 넘어 핵심 IP(지식재산권)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방송이나 웹예능 못지않은 완성도를 갖춘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엔터테인먼트사는 더 이상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조직에 머물지 않고 하나의 미디어 제작사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아이돌 영상 콘텐츠가 무대 뒤 모습을 담은 비하인드 영상 위주였다면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방탄소년단의 '달려라 방탄'이 자컨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세븐틴의 '고잉 세븐틴'이 대규모 기획과 세계관을 구축하며 장르를 확장했다. 이제 팬들은 TV 예능 못지않은 재미와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관계성을 담은 자컨을 소비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투자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의 핵심으로 '자연스러움'을 꼽는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최근 팬들은 꾸며진 모습보다 사람 그 자체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며 "실제로 리센느 원이의 유튜브 콘텐츠를 보고 처음에는 아이돌인지 몰랐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너무 꾸며내지 않은 자연스러운 매력이 콘텐츠 확산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센느


◆ 리센느 ‘거제 야호’ 신드롬…밈에서 차트 역주행까지

실제로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성공 사례로는 그룹 리센느(RESCENE)가 꼽힌다. 멤버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된 갸루 콘셉트와 사투리 콘텐츠는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영상 속 "거제 야호"라는 멘트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유행처럼 번지며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온라인 밈에 그치지 않고 2년 전 발매된 곡 'LOVE ATTACK'의 음원 차트 역주행으로까지 이어지며 콘텐츠의 강력한 파급력을 입증했다.

화제성은 실제 지역 홍보 효과로도 이어졌다. 리센느는 최근 거제시 홍보대사로 발탁됐으며, 위촉식 역시 숏폼 콘텐츠를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형 방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공개된 티저 영상에서 멤버들은 위촉장을 전달받으며 특유의 유쾌한 매력을 드러냈고, 화제를 모은 "거제 야호" 멘트를 다시 선보이며 트렌디한 홍보대사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리센느 외에도 자컨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사례는 늘고 있다. 2세대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효연은 유튜브 콘텐츠 '효연의 레벨업' 속 '가짜 김효연' 캐릭터를 활용해 프로젝트 유닛 '효리수'를 탄생시키며 화제를 모았고, 자컨 안에서 새로운 페르소나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넓혔다.

◆ 새로운 캐릭터와 세계관, 자컨이 만든 또 다른 기회

자컨의 영향력은 무대 밖 아티스트의 매력을 발견하는 데서 더욱 빛을 발한다. 라이즈의 '라이즈네 여름방학', 투어스의 'TWS:CLUB', 보이넥스토어 'HOME VIDEO', 프로미스나인 '스프: 스튜디오 프로미스나', 아이브의 ‘1.2.3 IVE’, ‘앜아이브(ARCH·IVE)’ 등은 다양한 포맷을 통해 멤버들의 인간적인 매력과 관계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신인 그룹에게 자컨은 더욱 중요한 무기다. 방송이나 OTT 프로그램 출연 기회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컨은 대중에게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창구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인 그룹들은 방송 출연 기회가 많지 않다"며 "자컨을 통해 음악 활동 외에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모션 효과가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


◆ 제작비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 경쟁력

자컨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콘텐츠의 완성도에 대한 기준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대형 기획사들은 수억 원대 제작비를 투입해 예능 프로그램 수준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광고 협업이나 브랜드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순한 제작비 규모보다 콘텐츠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컨은 기본적으로 팬덤 친화적인 콘텐츠지만 대중적인 재미 역시 놓칠 수 없다"며 "팬과 대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콘텐츠가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화제를 모은 자컨들은 팬들만 이해할 수 있는 내부 콘텐츠에 머무르지 않고 일반 시청자들도 즐길 수 있는 예능적 요소를 함께 갖췄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 배우 매니지먼트사도 뛰어든 자체 콘텐츠 경쟁

이러한 흐름은 아이돌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배우 매니지먼트사들 역시 자컨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 배우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대중적인 재미와 팬덤이 원하는 친밀함 사이의 균형을 찾는 기준에 대해 "무엇보다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해치지 않는 방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체 콘텐츠를 기획할 때마다 다양한 가능성과 리스크를 함께 검토하며, 기획 단계부터 장기간 내부 논의를 거쳐 방향성을 결정한다"며 "아이돌 중심의 콘텐츠 포맷을 단순히 차용하기보다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과 서사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담아낼지 고민하고, 팬덤이 기대하는 정서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일부 아티스트의 개별 콘텐츠뿐만 아니라 전 배우가 함께 참여하는 단체 콘텐츠의 경우 회사 차원에서 연간 계획을 수립 및 운영하며 재미, 신선함, 비주얼적 완성도, 그리고 아티스트의 이미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브


◆자컨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

이제 자컨은 단순한 홍보 수단을 넘어 엔터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티스트 스스로 기획에 참여하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때 진정성이 높아지고, 이는 곧 팬덤 확장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신인 육성과 아티스트 경쟁력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자체 제작 역량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레거시 미디어와 유명 유튜브 콘텐츠 출연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지속적으로 화제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이제는 음악뿐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도 중요한 시대"라며 "아티스트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참여할 때 진정성이 살아난다. 음악과 콘텐츠를 포함한 전반적인 자체 제작 역량이 향후 아티스트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송·OTT와 공존하는 엔터 콘텐츠 시대

이제 엔터사들은 전문 촬영팀과 연출진을 내재화하며 본격적인 콘텐츠 제작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오프닝 디자인, 자막 구성, 모션 그래픽 등 세부적인 완성도에 대한 팬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자컨은 더 이상 부가 서비스가 아니다. 아티스트의 브랜드 가치를 증명하고 팬들과 가장 긴밀하게 소통하는 핵심 플랫폼이자, 치열한 K-팝 시장과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생존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엔터사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대가 열렸지만, 업계에서는 기존 방송과 OTT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한 관계자는 "엔터사가 직접 미디어가 됐다고 해서 주도권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방송과 OTT 출연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그와 별개로 자컨을 통해 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형태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누가 더 참신한 기획을 선보이고, 누가 더 자연스럽게 팬들과 소통하며, 누가 더 강력한 콘텐츠 IP를 만들어낼 것인가. 엔터 업계의 콘텐츠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더뮤즈엔터테인먼트, 효연 SNS, 빅히트 뮤직(하이브), 아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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