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10년, K콘텐츠 생태계에 드리운 '명과 암'[Ce:포커스]
입력 2026. 11.02. 06:00:00

넷플잔치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4일과 25일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코리아 10주년 미쳤넷! <넷플잔치>'를 열고 한국 관객들과 그간의 성과를 자축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그간 국내 방송계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변화를 맞닥뜨렸다. 제작비 급등, 지식재산권(IP) 종속, 편성 축소라는 삼중고에 더해 글로벌 투자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위기감까지 겹치며 깊은 한숨이 터져 나오고 있다.

◆ 넷플릭스 통해 세계로 간 200편의 작품…K-컬처의 글로벌 영토 확장

'넷플릭스와 한국의 10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서비스 개시 이후 국내 80여 개 제작사와 200편이 넘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제작 현장에 유입된 일자리도 상당해 주·조연 및 스태프 2만 5,000명, 보조출연자 등 단기 고용 인력 7만여 명이 참여했다.

그동안 K-콘텐츠는 전 세계 넷플릭스 유료 회원의 80%가 소비하는 핵심 킬러 콘텐츠로 도약했다. 2021년 공식 순위 집계 사이트 '투둠' 도입 이래 글로벌 톱10에 진입한 한국 작품만 200편을 웃돈다.

무엇보다 강력한 것은 콘텐츠가 견인한 파생 경제 효과다. '흑백요리사' 시즌2 공개 직후 출연 식당의 예약·웨이팅 건수는 5주 만에 303% 폭증했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일월오봉도 등을 보려는 관람객이 늘며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관람객 650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폭싹 속았수다'의 흥행은 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를 9년 만의 최고치(약 224만 명)로 끌어올렸다.

언어와 문화적 파급력도 거세다. '오징어 게임' 시즌3 공개 주간 미국 내 듀오링고 신규 한국어 학습자가 37% 급증했으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 직후인 지난해 9월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는 2024년 연간치를 훌쩍 뛰어넘는 55만 명을 돌파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이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사랑받고 있다"라며 "앞으로 10년도 상상조차 못 한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오징어게임3-케이팝 데몬 헌터스-참교육

◆ '136편→110편' 쪼그라든 안방…제작비 폭등과 매절계약의 굴레

10년간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쌓아 올린 눈부신 성과만큼이나 그림자도 더욱 짙어졌다. 특히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들어온 이후 제작비, 특히 배우 개런티가 폭등했다는 점은 오래 이어져 온 지적사항이다.

이에 따른 토종 시장의 위축은 가속화되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방송사와 국내외 OTT를 합친 전체 오리지널 드라마 편수는 2022년 136편에서 지난해 110편으로 급감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매년 9~16편의 오리지널 편성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익 배분과 권리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높아진 제작비를 자체적으로 감당할 여력이 없는 국내 제작사는 넷플릭스와 '매절계약(사전 전액 지급 후 권리 양도)'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넷플릭스는 100% 선투자로 리스크를 분담한다는 입장이지만, 글로벌 신드롬을 터뜨려도 제작사 손에 쥐어지는 몫은 제작비의 3~10% 수준인 마진에 불과하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석한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조 542억 원 중 8,539억 원이 미국 본사로 이전됐다. 2차 판권과 부가 수익의 원천인 IP를 플랫폼이 독점하면서 국내 제작사가 단순히 외주 하청에 머무르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흑백요리사-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싶어

◆ K-콘텐츠 언급 어디로?…'투자 피크아웃'과 자생력의 기로

넷플릭스가 지금과 같은 수준의 투자를 이어가며 한국 콘텐츠 업계와 동행한다면 좋겠지만, 마냥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15일 전체 직원의 약 6%에 달하는 1,000명 안팎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넷플릭스가 인력 감축에 나선 배경에는 스트리밍 시장의 경쟁 심화와 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발표된 3분기 실적에서 인도 시장 유료 가입자 급증으로 전년 대비 매출 12% 증가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긴 했으나, 본토인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가 주춤하며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의 생리는 냉정하다. 본질적으로 모든 비즈니스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성과'를 내는 시장을 찾아 이동한다. 10년 전 넷플릭스가 한국을 주목했던 핵심 이유는 할리우드 대비 낮은 제작 단가로도 세계 시장을 관통할 만한 웰메이드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었던 덕분이다. 하지만 인건비와 제작비가 급증하면서 비용적인 우위가 크게 퇴색된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가성비 높은 대체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예정된 수순에 불과하다.

실제로 2025년에는 동남아시아 작품 40편 이상이 글로벌 톱10에 진입하며 새로운 고효율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넷플릭스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현지 콘텐츠 제작 의뢰를 대폭 늘렸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이에 맞서 국내 창작 생태계 내부에서도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무조건적인 매절계약 관행에서 벗어나 IP 분할 소유나 추가 수익을 배분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투자를 대체할 만한 토종 자본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이러한 요구를 밀어붙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국내 제작사가 IP 권리나 수익 배분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대등한 협상이 가능한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하지만, 아직은 넷플릭스가 절대적인 '슈퍼 갑'인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서랜도스 CEO가 또 다른 10년을 약속했지만, 넷플릭스가 한국에 약속했던 24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은 2027년이면 종료된다. 이후의 구체적인 추가 투자 계획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의 불안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당장 모든 투자가 중단되지는 않더라도, 이전과 같은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거대한 단일 플랫폼의 독점적 영향력이 걷히는 자리는 곧 생태계 다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K-콘텐츠가 넷플릭스와 함께 달린 지난 10년의 성과와 노하우를 자양분 삼아, 독자적인 IP와 유통망으로 세계 시장에 우뚝 설 수 있을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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