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이너, 알몸으로 렌즈 앞에 서다
- 입력 2013. 01.24. 15:01:46
-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지난 1971년, 디자이너 입 생 로랑이 첫 번째 남성향수 ‘뿌르 옴므’ 광고를 위해 올 누드로 렌즈 앞에 앉았다. 포토그래퍼 장루 시에프(Jeanloup Sieff)가 찍은 이 사진은 복식 역사상 디자이너가 옷을 벗은 첫 시도로 기록되며 파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논란은 엄청난 홍보로 이어져 ‘입 생 로랑’은 관능을 표현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작품 역시 패션사진계의 전설적 아이콘이 되었다.2008년 잡지 ‘하퍼스 바자’에는 마크 제이콥스의 누드 사진이 실렸다. 스테판 스프라우스와 작업한 루이 비통의 그래피티 컬렉션을 앞두고 제이콥스가 누드 화보를 생각해냈고, 포토그래퍼 테리 리처드슨(Terry Richardson)이 촬영을 맡았다.
“옷을 벗는 데는 전혀 문제없다. 전라가 실리는 건 아니니 불안하지도 부끄럽지도 않다”고 소감을 밝힌 제이콥스는 사진 속에서 손과 가방으로 중요부위를 가린 채 유쾌하게 웃고 있으며, 가방에 그려진 핫 핑크의 그래피티 패턴이 그의 몸에도 똑같이 뒤덮여 있다.
자신감을 얻은 것일까, 2010년 제이콥스는 또 한 번 옷을 벗는데 이번엔 유르겐 텔러(Juergen Tellef)와 호흡을 맞추어 남성향수 ‘뱅’의 광고 사진을 찍었다.
마크 제이콥스는 “남성을 위한 제품이니 모델로 설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막상 찍으려니 표현하기가 힘들었는데 텔러가 제안한 은색 마일러(얇은 폴리에스테르 필름)가 번쩍이면서 ‘뱅’의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말했고, 몸에 걸친 것이라곤 손목시계뿐인 그는 다리를 벌리고 누워 나른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유르겐 텔러는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누드를 찍기도 했으며, 이 작품은 2011년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유르겐 텔러-터치 미’ 전시회에 소개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3일 서울 회현동 금산갤러리에서 열린 사진작가 이엽의 ‘입는 예술, 벗는 예술-이상봉 누드’전에서 누드를 포함한 이상봉의 사진 20여 점이 공개되었다.
작가 이엽은 “처음 모델을 제안했을 때 이상봉은 흔쾌히 수락했다. 촬영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끝까지 진지하게 임해주었다”고 전하며, 각각의 작품이 전하는 주제는 유연하지만 그 주제를 구성하는 방식에서 ‘누드’라는 파격을 취함으로써 신선함을 던지는 것이라 설명했다.
누드를 공개한 이상봉은 “사람들은 나를 ‘색깔이 강한 디자이너’로 말하지만 정작 나는 어떤 색도 갖고 싶지 않다. 또 다른 방식으로 나의 내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촬영에 임했고, 그동안 옷으로 표현하려던 것을 몸으로는 어떻게 말하는지 보아 달라”고 밝혔다.
사람들에게 옷을 입히는 디자이너들. 그들이 정작 렌즈 앞에서 옷을 벗으면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이 제품 홍보든 작품세계의 또 다른 표현이든, 유명인의 은밀한 모습을 접하는 대중은 즐거울 뿐이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fnews@mkinternet.com/사진=유튜브 캡처, 유르겐 텔러 홈페이지, 금산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