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 PICK] 웃지 않아 웃긴 남자들, '백일의 낭군님' 도경수·'내 뒤에 테리우스' 소지섭
입력 2018. 10.16. 14:33:53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가 자신을 비웃는 주변의 시선에 “불편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내는데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캐릭터는 웃기려고 하지 않았는데 웃음이 나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최근 남자 주인공의 카리스마가 주변의 코믹한 상황과 맞물려 웃음을 선사하는 두 작품이 있다. 신작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 각축전에도 불구하고 두 드라마 모두 10%에 근접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청률을 보니 웃지 않아 웃긴 캐릭터가 제법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는 듯하다. 케이블TV tvN ‘백일의 낭군님’ 도경수와 MBC ‘내 뒤에 테리우스’ 소지섭이 그 주인공이다.


◆ '백일의 낭군님'(극본 노지설, 연출 이종재) '아쓰남' 원득·이율役 도경수

문무예,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완벽한 세자가 아무짝에도 쓸 데 없는 남자가 됐다. 도경수는 ‘백일의 낭군님’에서 기억 상실증에 걸려 하루아침에 세자 전하 이율에서 아쓰남으로 전락한 원득을 연기하고 있다.

기억 상실증에 걸려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확실한데 몸에 배인 고급스러운 자태를 숨길 수가 없다. 높은 지위에 있을 때는 마냥 고급스러웠던 모든 행동이 돈도, 집도 없는 원득이가 되어서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니 주변 캐릭터들의 조롱만 산다. 오히려 세자전하 당시의 씀씀이가 남아 고기 없는 밥상에 투정하고 고리대금업자에게 거액의 돈을 겁도 없이 빌려 아내 홍심이를 답답하게 만든다.

그리고 모든 상황을 아는 시청자는 원득이가 가난한 마을 송주현에 적응하는 과정이 웃기기만 할 뿐이다. 고귀한 자신을 보고 비웃는 송주현 사람들에게 “불편하다”고 겁을 주지만 그 누구도 겁을 먹지 않는 일상이 반복된다. 기억이 점차 돌아오면서 자신의 숨겨진 고급 능력을 발견했음에도 야한 설화를 필사하는 일에 재능을 낭비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드라마는 전 세자, 현 원득이의 묵직한 카리스마가 통용되지 않는 송주현에서 원득이 적응해나가고 때로는 무시당하는 상황을 통해 유쾌함을 선사한다.

원득과 이율을 연기하는 도경수의 연기도 극이 주는 웃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영화 ‘카트’ ‘신과 함께’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 등에서 무거운 비밀을 가진 캐릭터와 가벼운 웃음을 가진 캐릭터를 소화해왔던 도경수의 스펙트럼이 ‘백일의 낭군님’에 완벽하게 담겼다. 도경수는 시종일관 진지한 연기를 하고 있으나 에피소드에 따라 웃음이 나기도 긴장감이 높아지기도 한다. 비슷한 표정이 상황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도경수가 표현하는 미묘한 결의 차이 덕분일 것이다.


◆‘내 뒤에 테리우스’(극본 오지영, 연출 박상훈 박상우) 전설의 블랙 요원 김본役 소지섭

비밀에 싸인 전직 요원 김본이 어쩌다보니 앞 집의 베이비시터가 됐다. 소지섭은 ‘내 뒤에 테리우스’에서 전직 NIS 블랙 요원 김본을 연기한다. 훤칠한 키와 출중한 외모를 가진 소지섭은 베일에 싸인 전직 비밀요원 김본의 외형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그러나 김본이 베이비시터를 자원하는 순간 캐릭터의 장르가 첩보물에서 코믹물로 180도 변화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비밀 요원에게 쏟아지는 ‘영유’(영어유치원) ‘문센’(문화센터) ‘태미’(태권도 미술) 등의 용어는 그 어떤 암호보다 어렵게 느껴진다. 아이들은 김본의 카리스마에 기죽기는커녕 놀이터 바닥에서 주은 의문의 음식을 김본에게 먹인다. 김본은 웃지 않는데 그 주위에는 아이들의 웃는 소리와 김본의 외모에 감탄하는 동네 주민들의 환호성이 끊이질 않는다.

전 직장의 동료들에게는 ‘살인병기’라는 칭호를 들었으나 그 살인병기가 하는 일은 아이들과 TV보기, 머리에 머리띠 꽂고 미용실 놀이하기, 이마 위에 수건 올리고 병원 놀이하기다. 극한의 상황에 익숙한 전직 요원 김본 또한 점점 지쳐가는 표정을 지으며 육아의 힘듦을 절실히 느낀다.

무엇보다 김본이 살고 있는 킹캐슬 아파트 내부에는 이미 다방면의 정보력과 민첩한 행동력을 가진 조직이 존재한다. 킹캐슬 주부들로 이루어진 KIS가 전직 요원 김본보다 더 많은 활약을 하는 등 '내 뒤에 테리우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오는 웃음을 계속해서 전달한다.

‘백일의 낭군님’은 10회에 이어 11회에서도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내 뒤에 테리우스’ 또한 방송 3주 만에 9.5%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 드라마의 부진을 끊어냈다. 웃기지 않아서 웃긴 남자 주인공을 필두로 한 두 작품이 마지막까지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오는 웃음을 무기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tvN, MBC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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