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TALK] ‘평론가’ 황교익이 던진 불씨 끈 ‘기업인’ 백종원, 건강한 음식 VS 건실한 외식업
입력 2018. 10.24. 11:04:27

백종원 황교익

[더셀럽 한숙인 기자] 음식 예능 프로그램이 음식보다 예능에 무게중심을 지나치게 실음으로써 오는 불편한 상황들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는 황교익의 발언은 늘 의도와 달리 백종원을 향한 공격 양상을 띠어왔다.

황교익은 날선 발언을 던지고 백종원은 이에 대해 늘 객관적 자세를 견지하는 태도는 공격자와 방어자가 아닌 음식 평론가와 외식업 경영자로서 입장 차이에 기인한다.

황교익은 tvN ‘집밥 백선생’에서 벡종원이 얻은 ‘슈가보이’라는 애칭을 오명으로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쌓아올린 만능 요식업 멘토라는 백종원의 지위를 흔들었다. 황교익이 던진 불씨는 가벼운 웃음 코드로 전락한 음식의 제자리 찾기와 여가를 즐기는 하나의 요소로서 음식의 기능 확장 사이에 팽팽한 대립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흥미로운 점은 논란의 불씨를 잠재우는 중재자가 제3의 인물이 아닌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백종원 자신이라는 점이다.

백종원의 발언을 꼼꼼히 살펴보면 황교익 발언을 인정하나 수용은 아니다. 방송인으로서 백종원 역시 외식업 경영인이라는 정체성을 근간으로 한다. 따라서 백종원은 사람들의 일상을 채우는 ‘음식’의 본질보다 프렌차이즈 외식업에서 필요로 하는 대중적 상품가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음식의 본질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황교익과는 같은 배를 탈 수 없다.

황교익은 ‘집밥 백선생’에서 소개된 백종원의 음식 레시피에 대해 “적당한 단맛과 짠맛, 이 두개의 밸런스만 맞으면 인간은 맛있다고 착각한다. 백종원도 그 정도 수준의 음식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한 인터뷰를 통해 견해를 제시했다.

이는 황교익에 백종원을 비난하는 것이 아닌 백종원의 음식은 프렌차이즈 메뉴에 맞춘 레시피임을 알아야 한다는 음식 평론가로서 안타까움이다.

이후 진행된 ‘집밥 백선생’ 공동 인터뷰에서 “그분은 비평가로서 당연한 일을 하신 것이고, 그것에 불만을 갖지 않는다”라는 백종원의 답변은 평론가로서 황교익의 음식에 대한 철학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불거진 막걸리 테스트 논란도 비슷한 양상이다.

황교익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막걸리의 맛을 결정하는 요인과 이를 분별하는 능력에 대해 막걸리집 사장과 백종원 사이의 오간 대화와 테스트에서 백종원이 절대미각 소유자인 듯 비춰지는 것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의뢰받은 강연이 아니라, 내가 기획하여 던진 첫 대중 강연의 주제가 ‘당신의 미각을 믿지 마세요’였다”라며 “미각을 갈고닦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 음식 맛에 대한 분별이 일부 생길 수도 있으나 인간의 감각이란 게 워낙 허술하여 그 분별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라며 방송에서 특정인의 방식이 절대적임을 주장하는 듯한 편중을 지적했다.

황교익은 이와 관련 발언들로 인해 대중의 공격을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황교익의 발언은 백종원이 아닌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음식에 대해 절대자가 있는 것처럼 프로그램이 몰아가는 방식에 대한 비평이었다는 해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논란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지난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백종원은 진행자의 ‘황교익과 계속 부딪힌다’는 표현에 대해 “평론가분과 부딪힌다는 것은 굉장한 실례다. 단지 저런 시선도 있다고만 참고하면 된다. 절대 싸운 게 아니다”라며 평론가로서 황교익의 발언을 존중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백종원이 자신은 셰프가 아니라는 발언은 프렌차이즈 요식업 경영자로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사회가 건강하게 크려면 내가 싫은 소리도 들어야 하고 다른 방향에서 보는 시선도 받아야 한다. 그런 일을 해주시는 게 평론가분들인데 그것에 대해 내가 가타부타할 것 없다. 우리는 참고만 하면 된다. 황교익 선생님은 정당하게 말씀하신 거다”라며 다른 의견들을 서로가 존중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뿐 아니라 “내가 몇 개를 맞추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우선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손님이 와야 장사가 되고 그래야 연구도 할 게 아닌가. 우리 전통주를 지키려는 분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분들이 먹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라며 셰프가 아닌 기업인으로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백종원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외식업을 쉽게 할 수 있는 한국 사회의 특성과 지적하면서 외식업 창업을 쉽게 할 수 없는 문턱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외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뿐 아니라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같은 맥락에서 “준비 없으면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감사에 프렌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 대표로 참석한 자리에서 백종원의 발언은 방송인으로 대중에게 비춰지는 그의 기업인으로서 철학을 읽을 수 있게 했다. 또한 황교익에 대해 늘 수용도 거부도 아닌 객관적 자세를 유지하는 이유 또한 짐작케 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티브이데일리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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