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마약왕'은 '송강호의 새로운 얼굴'에 관한 영화" [인터뷰]
입력 2018. 12.18. 16:26:41
[더셀럽 최정은 기자] "'송강호 얼굴'에 관한 영화가 아닐까?"

'마약왕'이 자신의 필모에서 어떤 의미의 영화가 될지 묻자 송강호(52)가 답했다.

"정말 '마약왕' 만큼은 못 봤던 송강호의 얼굴을 재발견하는, 혹은 새로운 얼굴에 대한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18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송강호를 만나 영화 '마약왕'(감독 우민호, 제작 하이브 미디어코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송강호는 70년대 마약 세계의 왕으로 거듭나는 이두삼을 연기했다.

극 중 이두삼은 부산의 밀수업자로 생활하다 마약 범죄의 세계에 뛰어들고 뛰어난 처세술과 위기 대처 능력으로 아시아 마약업계를 장악하는 마약왕이 된다. 막대한 부를 이용해 정·재계 인사들과 어울려 권력의 중심에 다가가지만 결국 파멸에 이른다. 시대가 낳은 괴물 이두삼이 마약왕이 되고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70년대를 조명한다.

'택시운전사'(2017) '변호인'(2013) '괴물'(2006) 등을 통해 소시민적 모습을 보인 그가 이번엔 이두삼을 통해 광기와 파격을 보인다.

"어쩌다 보니 지난 10여 년 동안 소시민적이고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모습들, 한 마디로 좀 진지한 역할을 주로 해온 것 같다. '마약왕'의 시나리오를 보고 '살인의 추억'(2003) '넘버3' '초록물고기'(1997) 등에서 보여준 유쾌한 모습을 이 작품을 통해 오랜만에 보여줄 수 있겠다 싶더라. 후반부 가서는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관객 입장에서는 좀 충격적일 수 있겠다는 솔직한 심정이 있었다. 그런 지점에서 좀 만족하고 있다."

지난해 '택시운전사'의 김만섭에서 '마약왕'의 이두삼으로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통해 관객을 만나는 송강호. 관객의 입장에서 그의 이번 캐릭터 선택은 다소 파격적이다.

"지금 찍고 있는 영화가 '나랏말싸미'다. 세종대왕은 우리가 정말 잘 아는 인물이지만 이분의 새로운 고뇌나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 그런 정서 등이 정말 새로웠다. 그런 지점 때문에 세종대왕을 택했다. 예를 들어 세종대왕이면 세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새로운 시선, 그다음에 인물이 있는 거다. '마약왕'도 소재적 측면에서 택한 게 아니다. 마약 세계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 인간의 비뚤어진 야망 집착 파멸 등이 다 뒤섞여 무너지는 과정을 다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소재는 마약이지만 결국 인간에 대한 탐구 아닌가 하는 점에서 파격적이고 새로웠다."

송강호는 마약을 소재로 한 영화에, 마약에 중독된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가 아무리 '연기왕'이라 할지라도 직접 경험이 없는 이로서는 부담이 없을 수 없다.

"부담스럽다. 경험이 전무한 세계에 접근한다는 게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관객에게 실감나고 현실감 있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많이 고민했다. 기술적 측면도 마찬가지다. 배우로서는 현장에서 감각적으로 체화시켜야 하니 그건 걸 어떻게 믹싱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이두삼은 실화를 소재로 가공된 인물이다. 실존 인물을 결합해 만든 가상의 인물인 그를 연기하기 위해 송강호는 당시 실존 인물들과 환경이 잘 녹아 들어가도록 해야 했다. 배경과 인물이 뜨지 않도록 70년대 사람처럼 보이려 연기도 외모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초반엔 조금 슬림하게, 점차 의상이 바뀌고 수염도 나고 둔탁해진 느낌을 살리려 체중에 변화를 줬다. 그 와중에도 가장 힘든 건 후반부 감정 표현이었다.

"아무래도 후반부 감정을 어떻게 밀도 있게 전달할지가 가장 화두였다. 두 번째는 이 인물이 변화한다는 점이었다. 10년이란 세월을 다루지만 마약왕으로 변할 때까지 외모뿐 아니라 내적인 부분까지 변해야 했다. 어떻게 변화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울까 고민을 많이 했다. 초반에는 좀 달라붙는 의상도 입고 춤도 추고 하지만 점점 이두삼의 욕망덩어리가 삐져나오고 파멸하는 과정에서 외모도 많이 바뀐다."

극 후반, 송강호는 자택에서 약에 취한 이두삼의 모습을 연기한다. 연극 무대에서 연기하는 듯한 이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일부러 그렇게 했다. 약간 무대처럼. 그게 사실 좀 새로운 방식이다. 이게 일종의 도전이다. 관객에게 늘 보여준 영화의 방식이 아니라 한 인물의 내면이 파괴되는 과정을 무대화해서 형상화한 거다. 우린 처음이라 위험 부담이 있지만 성취감도 그만큼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신나기도 하고 너무 어렵다. 부담도 되고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다. 경험하지 못한 거잖나. 전형적이지 않으면서도 독창적인데 설득력 면에서 걱정이 됐다."

아무리 많은 자료를 접한다 해도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을 터다. 송강호에게 어떤 방법으로 약에 취한 연기를 해냈는지 그 과정을 물었다.

"부끄럽다. 내가 얼마나 표현했겠나만은, 최소한의 연기의 정성이랄까? 이 정도라도 관객이 느끼기 바랐고 그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더 하기엔 능력도 부족하고 경험도 없고. 제작진이 준비한 자료가 있는데 그건 책이니 정말 참조만 했다. 연기란 게 좀 그런 것 같다. 이창동 감독님이 '밀양'(2007) 때 얼핏 그런 말을 했다. '본인이 느껴라.' 어떤 걸 흉내 낸다든지 어떤 걸 보고 한다든지 하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정말 말이 쉽지 참 어려운 과정이잖나. 혼자 연구 연습하는 시간도 많이 가졌고 현장에서 오는 설명할 수 없는 현장감이 있다. 그 현장감에서 오는 감각적인 어떤 걸 총집합해서 50대 50 정도로 결합해야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준비했다. 연습을 많이 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NG는 특별히 많이 나지 않았고 감독님이 그리 많이 찍는 분도 아니다. 사전준비를 많이 했다."

'택시운전사' '변호인' 등 선도하는 역할 뿐 아니라 주로 진지한 역할을 많이 맡아온 송강호는 오랜만에 '마약왕' 같은 작품을 만나 반가웠다고.

"다양한 얼굴을 모처럼 보여줄 수 있겠구나 싶어 반가웠고 좀 신이 났다. 모처럼 쿵짝쿵짝 심장이 뛴달까? 그런 느낌이 들어 신나기도 하고 반면 부담스럽기도 했다. 후반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있으니까. 여러 감정이 들었다. 아무래도 전반에는 좀 신나고 편하고 유쾌하고 경쾌한 느낌이 들었다. 후반부도 좋았다. 내가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한 얼굴을 보여줘서 좋았다."

'마약왕'이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대사는 부산 사투리가 주를 이뤘다. 김해 출신인 송강호는 능숙한 부산 사투리를 구사했다.

"아무래도 편안하기도 한데 '밀양' 때도 그랬지만 정말 사투리를 하게 되면 (관객이) 못 알아듣는다. 무대언어란 게 있다. 토종사투리를 써버리면 그 지역 출신이 아닌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기에 조절을 해야 한다. 전 국민이 다 알아들어야 하는 단어를 써야 하고 발음도 뭉개져 버리기에 정확한 발음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깔롱쟁이'가 '멋쟁이'란 뜻이다. 그게 구수한 건데 그런 걸 쓰면 안 된다. 감독님이 사투리에 대해 잘 모르시고 김수진 김대명의 고향이 각각 강원도 서울이라 전혀 모르고 해서 셋이 모여 같이 연습도 하고 했다. 내가 가르쳐줬는데 처음에 진짜 못해서 포기할 뻔했다. 인내력을 갖고 가르쳤는데 두 친구가 워낙 뛰어난 배우들이라 나중엔 깜짝 놀랐다. 특별한 재능들이 있는 것 같다."

지난해 '택시운전사'를 포함해 '변호인' '괴물'로 세 편의 천만 영화를 보유한 '삼천만 배우' 송강호에게 '마약왕'의 예상 또는 기대 관객 수에 관해 슬쩍 물었다.

"이번 영화가 논쟁적인 영화라 참 개인적으로 좋다. 익숙함과 익숙함의 배반이 주는 신선함, 그런 게 좋다. 영화를 보고 관객 갑론을박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라 반갑다. 사실 배우들은 흥행에 관해선 아무도 생각 못 한다. 어떻게 짐작하나? 겸허히 받아들인다. 좋게 보든 나쁘게 보든 좀 논쟁이 된 영화인 것 같아 난 좀 만족한다."

영화팬들 사이에선 송강호가 주연인 영화의 포스터에서 그가 웃고 있으면 줄거리나 결말이 슬프다는 이야기가 있다. 앞선 '변호인' '우아한 세계'(2007) '효자동 이발사'(2004) 등이 그렇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송강호 역시 잘 알고 있다.

"'택시운전사'(포스터)에서 내가 노란 유니폼을 입고 환하게 웃는데 대중이 '슬픈 예감이 든다'고 하더라. 이번에는 '마약왕'의 (내) 표정을 보고 '(내용이) 웃길 것 같다'는 이야기가 좀 돌았으면 좋겠다.(웃음)"

송강호는 19일 개봉하는 '마약왕'을 시작으로 내년에 좀 더 관객을 자주 만날 예정이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지난 9월 19일 크랭크업했고 최근 '나랏말싸미'를 촬영 중이다.

"두 작품을 찍고 있어 못 보여드렸는데 올해 '마약왕'이 기대되고 내년 5월 말, 7월 말 각각 개봉한다니 뵐 것 같다. 그 두 작품이 '마약왕'과 전혀 다른 면이 있다. 기생충은 두말할 것 없이 봉준호 감독의 아주 새로운 이야기다. 가족들에 관한 이야긴데 봉준호 감독만이 할 수 있는 놀라운 지점이 있다. 찍고 있는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님인데 늘 알아 온 이야기가 아니라 훈민정음 창제를 어떻게 했는가 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새롭고 몰랐던 걸 또 알게 되는 작품이어서 기대가 크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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