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안희연, 'EXID 하니' 있기에 가능했던 제나 [인터뷰]
- 입력 2021. 12.22. 16:28:56
-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항상 EXID의 하니라고 소개했다. 하니가 아니었으면 이 드라마를 찍지 못했을 거다. 하니가 제나일 수도 있고, 제나가 하니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느꼈던 고민과 기억, 관계성 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안희연
배우 안희연은 '아이돌' 제나 그 자체였다. EXID 시절 하니를 연상케 하는 리얼하고 현실감 있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그는 제나를 통해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메시지로 깊은 울림을 전했다.
지난 14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IDOL [아이돌 : The Coup]'(극본 정윤정 연출 노종찬, 이하 '아이돌')은 실패한 꿈과 헤어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안내서로 당당하게 내 꿈에 사표를 던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안희연은 극 중 망한 걸그룹 코튼캔디의 리더 김제나 역을 맡았다.
'아이돌'은 데뷔 6년 차 걸그룹 코튼캔디의 성장기를 그려내며 치열한 아이돌 세계를 현실적으로 조명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 시대의 청춘들의 모습을 대변하며 공감을 자아냈다. 누구보다 더 캐릭터에 몰입했던 안희연이다.
"사실 많이 후련하다. 감정적으로 힘든 드라마였기 때문에 너무 개운하긴 하지만 함께 해준 사람들이라 정이 많이 들어서 시원섭섭하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함께'라는 안에 있으면서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유대감이 있었다. 다시 혼자가 된다는 그 기분이 뭔지 알아서 무섭기도 하고 시원섭섭하다. 많은 분들이 감정신이 많아서 걱정된다고 할 정도로였지만, 걱정해주신 것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겪었던 일이라 이 아픔이 어느 정도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주사도 계속 맞으면 익숙해지지 않나."
안희연은 제나를 연기하는 과정을 '산타클로스를 믿는 아이'에 비유하기도 했다. 산타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었던 아이는 착한 일을 하면서 매년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선물 포장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배신감에 휩싸인 듯한 느낌이었다고. 이는 제나를 위해 이미 현실을 마주했던 그가 힘들었던 시절의 과거 하니로 돌아가야만 했던 마음을 산타로 비유한 것이다.
"제나를 하면서 산타클로스를 다시 믿어야 하는 입장이 돼서 힘들었던 거 같다. 눈물이 안 나왔고, 아프지 않았다. '내가 진짜로 아프려면 과거 하니로 돌아가야 한다' 생각했다. 큰 마음 먹고 그때로 돌아가야한다는 걸 알게 됐다. 상처가 올 걸 알면서도 손가락을 가져다 돼야 하는 부분이 힘들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이후 시간이 지나서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닌거 같다고 생각했다."
이렇듯 드라마 속 무명, 역주행 등 키워드와 코튼 캔디의 제나의 모습은 안희연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 데뷔 초 주목받지 못했지만 '위아래' 직캠 영상을 통해 뒤늦게 화제가 되면서 기적같은 역주행 신화를 이뤘다. 그래서 제나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외부적인 힘듦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었다. 그걸로 인해 괴로워하는 주변인들을 볼 때가 가장 괴로웠던 거 같다. 처음에는 제나를 하니로 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안했던 스타일링을 해볼까 고민도 많았다. 그러다 문득 하니가 제나일 수도 있고, 제나가 하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가장 유행했던 직캠을 꺼내보기도 했다. 그때의 나를 가져다 놓고 싶었던 거 같다. 그 순간에 내가 했던 고민과 기억, 생각, 관계성 등 모든 것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고 싶었다. 그게 제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안희연은 제나와 코튼 캔디를 보며 EXID 멤버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준비 과정부터 EXID의 과거 영상을 찾아보고 멤버 정화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이 연기했던 제나를 보며 리더 솔지를 떠올리기도 했다.
"'우리 솔지 언니 많이 힘들었겠다' 싶었다. 이걸 하면서 항상 EXID의 하니라고 소개했다. 하니가 아니었으면 이 드라마를 찍지 못했을 거다. 팀 생활을 하면서 우리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하고 아름다운 건지 알게 됐다. 또 드라마 준비 과정에서 정화가 함께 해줬다. 대본도 같이 읽어보고 줌 회의로 5시간 동안 이야기하기도 했다. 진짜 큰 도움이 됐다. '잘 될 거 같다'는 솔지 언니의 말도 힘이 됐다."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는 캐릭터였던 만큼 안희연과의 싱크로율도 궁금했다. 제나는 외유내강의 단단하고 깊은 심성을 지녔다. 자신도 힘들고 좌절의 연속인 상황에서도 멤버들을 먼저 챙기며 끝까지 열정을 잃지 않는 캐릭터였다.
"성격적으로는 제나가 과거의 제 모습과 비슷하다. 굉장히 이성적이고,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캐릭터라고 하지만 엄청 흔들리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티를 내지 않을 뿐 엄청 흔들리고 괴로웠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 답답한 면도 있다. 어느 정도 타협을 하면 크게 지장이 없을 거 같은데 어려운 선택을 하는 거 같다. 그래서 저의 과거랑 정말 비슷했던 거 같다.(웃음)"
누구보다 역할에 진심이었던 안희연은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시간이 됐고, 드라마를 통해 얻은 선물 중에는 과거 영상을 다 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저는 제나이기도 하지만, 현지(솔빈)으로써 제나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고, 엘, 스텔라, 채아로써 어떤 제나에게 상처를 줬을 거 같은데 내가 제나를 해도 되나 생각했다. 멤버 정화가 '언니는 이랬고, 언니랑 있으면서 미래를 그려보는 게 있었다', '언니가 뭔가를 하면 이유가 있겠지하고 믿음이 있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도움이 됐다. 제나를 연기하게 되면서 보기 싫었던 많은 것들을 찬찬히 훑어봤다. 그때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꼈는지 알아서 차마 보지 못했는데,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됐다."
또 아이돌 생활을 그리다 보니 코튼캔디 멤버 엘(추소정), 현지(안솔빈), 스텔라(한소은), 채아(김지원)을 비롯해 그룹 마스 지한(김민규) 등 또래 배우들과의 케미가 돋보였다. 이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 친구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고마웠다. 이들이 있었기에 그런 제나가 만들어진 거 같다. 서로 고맙다는 말도 많이 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하게 되더라. 김민규는 정말 강아지 같이 사랑스럽다.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대기실마다 돌아다니면서 스태프들과 친해졌더라. 핵인싸가 따로 없었다. 곽시양은 제가 의지를 굉장히 많이 했다. 촬영 때마다 컨디션을 생각해주고, 스케줄을 체크해주면서 잘 챙겨줘 진짜 고마운 사람이다."
안희연은 '엑스엑스', '아직 낫서른', '어른들은 몰라요', '유 레이즈 미 업' 등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늘려가고 있다. '아이돌'을 통해 안정적인 연기와 극을 완벽하게 이끌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우리 드라마는 연어 같다. 세상에서 성공을 하지 않지만, 그들은 그걸 청춘이라고 정의 내리고 끝을 낸다. 그들에게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비슷한 상황을 겪오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올해 목표는 '활공'이었는데, 활공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던 거 같다. 내년에는 올해 이루지 못했던 것을 이뤄보겠다. 파격적인 모습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써브라임 아티스트 에이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