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순이 힘 빼고 완성한 '모범가족' [인터뷰]
- 입력 2022. 08.31. 12:07:09
-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배우 박희순이 '마이네임'에 이어 '모범가족'에서 또 조폭을 맡았다. 하지만 차별화를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다. 힘을 뺀 연기로 차별화를 두며 또 한 번 새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박희순
지난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모범가족'(극본 이재곤, 연출 김진우)은 파산과 이혼 위기에 놓인 평범한 가장 동하(정우 분)가 우연히 죽은 자의 돈을 발견하고 범죄 조직과 처절하게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박희순은 극 중 조직의 2인자 광철역을 맡았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마이네임'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보스 최무진으로 분했던 박희순은 '지천명 아이돌' 수식어를 얻으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연이어 조폭 역할을 맡으면서 고민이 많았던 그다.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좋은 역할이지만, 어둠의 남자이기 때문에 19세 이하는 자제해주셨으면 한다. 그 이상은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나이에 이런 사랑을 받는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광철역은 '마이네임'을 안 했다면 안 했을 가능성이 크다. '마이네임'을 할 때 대본을 받아서 고민을 많이 했다. 캐릭터나 극 중 분위기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차별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우려된 부분을 말씀드렸더니 차별을 줄 수 있을 거 같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감독님이 말해주셨다. 이 작품은 힘 빼고 열연하지 않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마이네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런 차원에서 열심히 하지 않겠다, 내려놓겠다고 했었다."
박희순이 본 광철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박희순은 외적인 관계가 아닌 내적인 결핍에서 나오는 악한 모습이 광철의 입체적인 모습을 설득력 있게 담아냈다. 가족에 대한 결핍을 품고 있는 광철의 복잡한 감정을 힘을 뺀 채 오롯이 눈빛에 담아냈다.
"광철은 결핍에서 시작된 거 같다. 가족을 막연하게 동경하면서 가족을 그리워했던 거 같다. 보스에게 의지하면서 살았는데 가족이 결핍에서 파생된 유사 가족 형태로 가다 보니까 진짜 가족은 무엇인지로부터 시작된 거 같다. 복수심보다 가족에 대한 물음을 계속 가지고 있었던 거 같다. 동하를 보면서 동하를 죽이지 않을 수 있었던 수단이기도 했던 거 같다. 아이들을 돕기도 하고 사라진 아이를 찾아주기도 하면서 가족이 깨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거 같다. 광철을 연기하면서 기존에 복수 얘기보다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결핍에서 시작하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았다."
이어 "광철은 복합적인 거 같다. 복수를 위해 달려가는 게 아니라 가족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결핍을 채우려고 하는데 거기에서 오는 외로움, 공허함이 내재돼 있다.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 매력이다. 광철은 악인이다. 사람에게 해를 가하니까. 가족만 생각하면 약해지거나 생각이 많아지는 거 같다. 딜레마이면서 이 사람의 특징이기도 하다. 장점이라면 장점일 수 있다. 선을 타기가 쉽지만은 않았던 거 같다. 문득 드러나는 광철을 표현하기 위해 너무 세지도 약하게 하지도 않았다. 힘을 뺀다는 연기가 어려운 거 같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거처럼 보일 수도 있어서."
'모범가족'에는 애정과 혈연으로 맺어졌지만, 의미가 퇴화돼 가는 동하(정우)와 은주(윤진서)의 가족, 범죄를 저지르며 의리로 맺어진 조직원 광철(박희순)의 가족, 책임감과 동료애로 맺어진 경찰 주현(박지연)의 가족 등 세 가지 형태의 가족이 등장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각자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달려 나가는 이들을 보며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가족은 희노애락을 같이 하는 거라 생각한다. 기쁠 때만 같이하는 게 가족은 아니지 않나. 어려울 때도 같이 할 수 있는 게 가족이라 생각한다. 작품에서도 보이지만 유사 가족들은 배신하고 복수하고 깨진다. 경찰이든 조직이든 가족들은 깨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실제 가족은 엉망인 상태에서도 곁에 있어 준다. 이게 가족이라 생각한다."
'모범가족'은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 아름다운 미장센과 컨트리풍의 음악으로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하지만 다소 답답한 전개와 계속되는 극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더욱이 앞선 작품들과 비교되기도 하면서 흥행에 부담감도 있었을 거 같다.
"OTT의 장점이 있는 거 같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 것. 몇만이 봤나, 시청률이 몇 %인가에 대해 흔들리지 않아도 돼서 흔들리지 않는 거 같다. 숫자가 나오지 않아 많이 편해진 거 같다. 역시 예술은 숫자가 아니라 주관적이기 때문에 정답이 없는 거 같다. 누구는 재밌게 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거 같다. 잣대에 갇히지 않는 OTT에 대한 매력을 느낀 거 같다. 조금은 덜 하지 않나 싶다. 또 우리나라에서 찍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이국적이면서도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인 같다. 시청자분들이 빠른 화면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템포가 조금 느릴 수도 있지만, 느림의 미학을 즐기시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총 10부작의 '모범가족'은 마지막 회에서 광철과 동하가 누군가로부터 다시 전화를 받으며 열린 결말로 끝맺음했다. 시즌2를 기대하게 했고, 박희순 역시 기대하고 있었다.
"모든 배우들이 시리즈물을 하게 되는 이유가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서일 것 같다. '모범가족'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을 거 같다. 시즌2를 한다면 저도 하고 싶고 기대가 있다. 장면마다 심리가 잘 표현된 거 같다. 미장센도 그동안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날 것의 것을 보여줘 좋았다."
꾸준히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박희순은 SBS 새 드라마 '트롤리'로 안방극장에 컴백한다. 아울러 디즈니 플러스 '무빙' 출연도 확정 지으며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그가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어떤 예술 작품이라도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미가 없다면 대중과 만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거 같다. 내가 재밌는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관객들이 어떤 부분을 재밌게 생각하는 지가 중요한 거 같다.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인지를 봤다면 이 작품의 배역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사랑받을 수 있는 배역인지 등의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진 거 같다. '트롤리'에서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 조금 다른 이야기가 있을 거 같다. 제 나이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찾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박희순은 배우로서 중요한 시기이자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그는 "본의 아니게 중요한 시기가 된 거 같다. 항상 중요했다.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가 돼서 좋은 작품을 하고 있다는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모범가족'을 통해 작품 자체가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한국적이지만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고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