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일우, 스스로에게 건넨 '굿잡'의 의미 [인터뷰]
- 입력 2022. 10.10. 15:00:00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정일우가 ‘굿잡’에서 배우 이상의 몫을 해냈다. 하나부터 열까지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으며 완성한 은선우는 정일우 그 자체였다.
정일우
ENA 수목드라마 ‘굿잡’(극본 김정애·권희경, 연출 강민구·김성진)은 재벌탐정과 초시력자 취준생, 특별한 능력을 가진 두 남녀가 펼치는 히어로맨틱 수사극. 정일우는 극 중 은강그룹의 회장으로 초재벌이자 탐정으로 이중생활을 넘나드는 은선우로 분했다.
“꼬박 1년 동안 드라마 준비와 촬영을 하면서 이번 작품은 조금 배우로서 느끼는 게 많았다. 현장에서 감독님이랑 같이 대본, 대사 상황을 바꿔가면서 촬영한 것도 많고 애드리브도 많았다. 탐정이고 변장이 많다 보니 대본에 없었던 것들을 만들어가면서 작업해서 그 어느 작품보다 애정을 쏟았다. 배우들 간의 합도 좋아서 촬영 끝나고도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
정일우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며 드라마를 주도했다. 탐정 캐릭터 특성상, 각기 다른 인물로 변신해야 했던 정일우는 다양한 모습으로 분장했다. 특히 노인 분장에서는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가 선보인 분장기술이라던가 미국 서부 스타일의 모습을 참고하는 등 정일우는 매회 적극적으로 분장 작업에 참여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저희 드라마가 에피소드들이 다양해지면서 그 고민도 있었다. 매 회마다 변장을 하는데 저도 그렇고 모든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재밌었다. 대학교 때 졸업작품 찍는 느낌이었달까. 직접 아이디어 내서 만들고 감독님이 배우들 의견을 잘 받아주셔서 같이 발전해가는게 재밌었다. 그런 게 가능했던 건 배우들 간의 존중과 이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편하게 꼭 자기 것이 아니어도 이야기하고 자유로웠던 것같다. 그래서 전에는 대본갖고만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서로가 같이 작품을 만들어낸 느낌이 크다.”
권유리와는 ‘굿잡’으로 1년 만에 재회했다. 앞서 지난해 MBN ‘보쌈-운명을 훔치다’에서 ‘우수커플’로 많은 사랑을 받은바. 이에 ‘굿잡’으로 또 한 번 만난 권유리와 정일우에 환생 커플이라는 수식어도 붙여졌다. 우려도 있었지만 ‘굿잡’에서 각기 다른 인물로 완벽 변신한 두 사람은 새로운 커플 조합을 탄생시켰다.
“작품을 같이 했었고 유리씨와 호흡이 워낙 잘 맞고 케미가 좋아서 그런 부분에 걱정이 없었다. 나름 유리씨랑 작품을 한다고 할 때 걱정은 됐다. ‘보쌈’이 워낙 사랑받았고 사극과 현대극은 차이가 있어서 또 좋은 케미스트리를 보여드릴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촬영 시작하고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하게 됐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대본 회의도 하고 아이디어도 내면서 작년부터 그런 시간을 가지면서 더 친해진 것 같다. 저희가 우스갯소리로 다음에는 SF물을 찍자 했다. 과거 갔다가 현재도 했으니, 미래도 한번 가보자고. 유리씨와 너무 호흡이 잘 맞아서 다음 작품에 또 기회가 있다면 한 번 더 해보고 싶다.”
그동안 보여진 매 작품에서 정일우는 캐릭터 그 자체로 스며들었다. 이는 캐릭터를 대하는 정일우의 연기 자세에서 비롯됐다. 그는 촬영에 앞서 드라마에 드러나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들을 먼저 찾아보며 접근한다고. 이러한 시간을 가지면서 캐릭터의 감정선을 이해하고 더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정일우다.
“사실 저는 작품을 할 때 저와 많이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려고 한다. 캐릭터 분석을 하면서 전사를 항상 노트하고 공부하는 편이다. 과거에 어떻게 살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분석하는데 그런 작업을 몇 개월 하다 보면 제가 그 캐릭터로 되어 있더라. 정일우와 닮았기보다 정일우가 그 캐릭터와 닮아가는 모습이 있어서 매 작품이 있을 때마다 그런 공부를 하고 저와 공통점이 뭔지도 고민하는 편 같다.”
다양한 장르와 작품들에 도전해왔던 정일우는 대체로 선한 인물들을 연기해와서인지 반듯하고 착한 이미지가 강하다. 크고 작은 연기 변주 중에서도 강렬한 변신에 대한 갈망은 없을까. 정일우도 해보지 않은 연기에 대한 욕심은 늘 있었다고. 이에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정일우는 영화 ‘고속도로 가족’을 통해 파격적인 변신을 예고했다.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부터 무언가 같은 캐릭터는 하고 싶지 않아서 그 이후로 사극도 하고 변주를 두면서 선택했던 것 같다. 항상 모든 캐릭터가 새롭겠지만 저와 많이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려고 한다. 악역도 해보고 싶다. 다음 작품을 뭘 해보고 싶을까 곰곰이 생각했을 때 악역 해볼 타이밍이 되지 않나. 바로 다음은 아니더라도 40세가 되기 전에는 악역으로 이미지 변신하고 싶다. 대중분들은 극단적으로 바뀌어야 캐릭터가 변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나름 변화를 준다면서 연기했는데도 그게 큰 이미지 변화가 있는진 못 느끼시는 것 같은데 곧 개봉을 앞둔 영화에선 변화를 준다. 악역은 아니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캐릭터인데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을까.”
2006년 MBC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한 정일우는 어느덧 데뷔 16년차 배우다. 풋풋했던 고등학생 윤호로 대중에 얼굴을 알린 정일우는 쉼 없이 달리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갔다. 꾸준히 다작 행보를 이어올 수 있던 비결로 정일우는 연기에 대한 진심을 드러냈다.
“저도 20대 때에는 1년 반, 2년 가까이 작품이 안 들어올 때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 간절함이 뭔지 안다. 작품 선택할 때 이게 안 되면 어떨까 걱정보다는 이 캐릭터를 어떻게 잘 소화할지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 찾아주시면 너무 감사하고 이렇게 일할 수 있을 때 더 열의를 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저를 찾아주실 것 같다. 연극도 하고 영화, 드라마도 하면서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더불어 정일우는 삶에 대한 목표를 이야기했다. 배우와 인간 정일우로의 삶에 경계를 긋지 않게 됐다는 그는 좋은 배우가 되는 길이 곧 인생의 목표이자 계속해서 걸어 나가고 싶은 꿈이 됐다.
“이제는 정일우의 개인적인 삶, 일할 때의 삶 구분이 별로 없다. 일단 제 목표는 좋은 배우가 되는 게 인생의 목표기도 해서 열심히 배우로서 연기를 하다 나이가 들면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
정일우는 ‘좋은 배우’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어느 정의든 좋은 배우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정일우는 맡은 배역에 흠뻑 빠져 연기하는 배우가 곧 좋은 배우라 설명했다.
“요즘 고민이다. 좋은 배우라는 것이 어떠한 캐릭터를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독보적인 인물로 나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다양한 캐릭터로 두루 두루 잘 소화할 배우인지. 정답은 없는 것 같은데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그 캐릭터가 돼서 연기하는 게 좋은 배우이지 않나 싶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와 부상 등으로 ‘굿잡’은 순조롭지 만은 않았던 촬영 현장이었다. 그럼에도 무사히 마치고 막을 내린 ‘굿잡’은 정일우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정일우는 스스로에게 또 ‘굿잡’에 격려가 담긴 ‘good job’(잘했다)을 외쳤다.
“‘굿잡’하는 일 년 동안 작품이 저에게 주는 의미가 굿잡이었다. 함께했던 스태프, 배우들이랑 했던 시간이 정말 굿잡이었고 작품에 성공 여부를 떠나서 군대 이야기하는 것처럼 오랫동안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9아토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