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감’ 여진구, 아역→장르 불문 배우로 성장까지 [인터뷰]
입력 2022. 11.14. 15:56:44

'동감' 여진구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다. 풋풋하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청춘 로맨스까지 잘한다. 아역 시절부터 연기의 초석을 다져왔던 배우 여진구가 영화 ‘동감’(감독 서은영)을 통해 장르 불문 배우임을 증명했다.

‘동감’은 1999년의 용과 2022년의 무늬가 우연히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로맨스다. 이 영화는 2000년대 로맨스 영화의 흥행을 주도한 유지태, 김하늘 주연의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처음에 작품 이름을 보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관계자분께서도 당연히 제가 모를 줄 알았대요. 시나리오를 읽다가 ‘이거 동감 원작 아니에요?’라고 했더니 어떻게 아냐고 하셨어요. 몇 년 전부터 2000년도 영화에 엄청 푹 빠져 있었어요. 그 시대를 동경하는 편이죠. 그래서 ‘동감’도 보게 됐어요. 되게 서정적이고, 가슴이 따뜻해지고, 뭔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죠. 리메이크된다는 얘기를 듣고, 시나리오를 읽고, 다시 한 번 원작을 봤어요. 남녀의 성별이 바뀐 것도 있지만 1999년과 2022년에 할 얘기가 무엇일까 싶어 눈여겨봤죠. 스토리 자체가 힘이 있고, 꿈과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어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진구는 사랑을 꿈꾸는 95학번 용 역을 맡았다. “용의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그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모습이었으면 했다”라고 밝힌 그는 캐릭터가 자신에게 큰 울림을 줬다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랑도 하나의 감정처럼 연기했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좋거나, 기쁘거나, 슬플 때도 있는데 왜 나는 사랑과 일을 같이 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까 했죠. (용을 보고) 지나온 순간들도 생각났어요. 나름 첫사랑과 짝사랑도 생각나더라고요. 그 감정들이 시나리오를 이해할 때 도움을 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대본 속 정해진 상황에 몰입해서 하면 그 역할의 감정이 느껴질 때도 있죠.”

영화의 스토리는 시대는 다르지만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1999년 대학생 용과 2022년 대학생 무늬의 소통으로 진행된다. 사랑과 우정을 두고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자아낸다.

“처음에 용을 설정할 때 자신의 미래나 진로, 이런 것에 확실하게 꿈이 있는 청춘보다는 친구 따라 과를 변경하기도 하고, 사회 취업률에 따라 전공을 옮기기도 하는 아직까지 확실치 않은 길을 걷는 보통의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한솔이를 만나 첫눈에 반하고, 고백할 거라고 얘기하는 순간 눈이 멀었다고 생각했죠. 그런 상대가 자신의 친한 친구와 이어진다면 너무 혼란스러울 것 같더라고요. 이 감정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답을 정해놓지 않고 시뮬레이션 하며 해보기도 했죠. 오해와 의심이 싹트는 순간, 사랑에 눈이 먼 사람이 컨트롤 가능할까 생각도 들었어요. 이런 감정들을 두 시간 안에 최대한 집중해야 하다 보니 편집된 장면도 있었어요. 많은 사랑을 받아 감독판에서는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되길 바라죠.”



무선기기 ‘햄(HAM)’을 통해 우연한 계기로 대화를 시작하게 된 용과 무늬는 비슷한 고민을 받으며 서로를 응원한다. 조이현과 오래된 무전기를 사이에 두고 주고받은 감정 연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힘들기보다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최대한 대화하는 느낌을 가져가는 게 중요했어요. 녹음을 해서 틀어주는 방식도 있지만 무전하는 쪽에서 촬영을 한다면 촬영이 없어도 현장에 와서 대화하며 진행했죠. 현장에서 실제 호흡을 맞추며 촬영을 진행했어요. 이 방법이 더 좋을 거라 예상했지만 훨씬 더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각 시대의 특징을 드러내는 의상, 소품, 말투 등 디테일한 설정도 하나하나 잡아가며 캐릭터를 완성시킨 여진구다.

“원작도 있고, 90년대 모습을 담은 방송도 있어서 자료 찾는 건 편했어요. 그 시대만의 독특한 서울 사투리도 있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사투리를 쓰는 건 과하다 싶어 적절히 녹이려 했죠. 한솔이와 첫 전화, 무늬와 무전할 때 톤 차이도 재밌겠다 싶었어요. 가장 문제였던 건 옷이 너무 예쁘다는 것이었어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잖아요. 오히려 걱정됐어요. 과거를 나타내야 하는데 현대와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캐릭터 설정도 예쁜 디자인의 옷 보다는 기본적인 셔츠, 티, 청바지를 입는 쪽으로 잡았어요. 감독님과 얘기할 땐 공대생이니까 체크무늬 셔츠를 입을까도 했지만 막상 용이를 공대생으로 볼 순 없겠더라고요. 이 친구는 무난하고, 튀지 않고, 개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느낌이 좋은 것 같았죠.”



1999년, 20대를 연기한 여진구는 2022년 40대가 된 모습도 표현했다. 특수 분장을 통해 40대 연기에 도전한 것.

“고민이 많았어요. 겉모습도 겉모습이지만 용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잡혀야 설정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결혼을 했을까, 책을 내기 전까지 어떻게 살았을까, 이 책이 첫 번째 책인지, 두 번째 책인지 등에 대해 자세히 얘기를 나누려했죠. 실제 했던 분장보다 더 나이 들어보이게 테스트도 했어요. 요즘 40대 형님들처럼 멋있고, 꽃중년 느낌으로도 해봤죠. 그런데 용이는 그 나이처럼 보이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진행했죠. 나이 들어 여유도 생기고, 어른으로서 20대 청춘에게 마음을 써줄 수 있는 어른으로요.”

아역 배우로 데뷔한 여진구는 데뷔 이후 17년간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본투비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청춘 로맨스까지 소화하며 필모그래피에 또 다른 한 획을 그었다.

“배우라면 모든 장르를 다 하고 싶을 거예요. 어떤 작품에 들어간다고 해도 ‘여진구가 출연한다면 진짜 재밌겠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청춘 로맨스를 하고 싶다고 한 이유도 20대일 때 청춘 역을 하고 싶은 배우로서의 욕심이었죠. 그리고 이 영화가 관객들과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해요. 언제 다시 틀어도 보기 좋고, 두고두고 옆에서 편안한 친구처럼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이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고고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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