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란·메릴 스트립도 한국 찾았다…할리우드가 바꾼 ‘K프로모션’ 공식 [Ce:포커스]
- 입력 2026. 07.27. 11: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할리우드 거장과 스타들의 발길이 잇따라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단순히 영화 개봉에 맞춰 얼굴을 비추는데 그쳤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세계적인 감독과 배우들이 한국 관객과 직접 만나고 국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한층 밀착된 홍보 행보를 펼치고 있다. 여기에 북미보다 빠른 개봉과 전 세계 최초 개봉까지 이어지면서 한국이 할리우드 영화의 핵심 프로모션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내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지난 4월 8일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의 주역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는 한국을 찾아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2006년 개봉한 전편 이후 20년 만에 돌아 온 속편을 직접 소개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번 일정을 메릴 스트립의 첫 공식 내한이자 앤 해서웨이가 2018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을 찾은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오는 8월 3일에는 또 한 번의 대형 내한 행사가 예정돼 있다. 영화 ‘오디세이’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맷 데이먼, 샤를리즈 테론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는다. 놀란 감독에게는 생애 첫 내한이며 맷 데이먼은 2016년 ‘제이슨 본’ 이후 10년만의 방한이다. 샤를리즈 테론 역시 작품 홍보를 위한 첫 공식 내한에 나선다.
무엇보다 놀란 감독의 첫 한국 방문은 오랫동안 그의 영화를 지지해온 국내 관객들에게 상징적인 장면이 될 전망이다.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테넷’, ‘오펜하이머’ 등 놀란 감독의 작품들은 한국에서 꾸준히 흥행했고, 작품 재개봉 때마다 관객이 다시 극장을 찾으며 탄탄한 팬덤을 증명해왔다. 놀란 감독도 첫 내한을 앞두고 친필 편지를 통해 한국 팬들이 보내준 사랑과 응원에 감사를 전한 바.
관계자에 따르면 놀란 감독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한국 방문을 추진했지만 일정 등의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에는 ‘오디세이’를 한국 관객에게 직접 소개하고 싶다는 감독의 의지에 따라 일정을 면밀하게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할리우드 작품의 한국 방문이 배급사의 일방적인 홍보 일정이 아니라, 감독과 배우가 직접 중요성을 인식하는 행사로 달라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내한 횟수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홍보 방식도 달라진 것. 과거 해외 스타들의 방한 일정이 기자회견과 레드카펫, 짧은 무대인사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팬 이벤트와 SNS 콘텐츠, 한국 예능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접점이 확대되고 있다. 스타가 정해진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출국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 관객에게 친숙한 콘텐츠 안으로 직접 들어오는 것이다.
놀란 감독과 맷 데이먼은 내한 기간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녹화에도 참여한다. 두 사람은 작품의 제작 과정과 연출, 연기에 관한 철학은 물론, 쉽게 들을 수 없었던 개인적인 이야기를 유재석과 나눌 예정이다. 세계적인 감독인 놀란과 할리우드 톱배우 맷 데이먼이 한국 예능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이다.
‘유퀴즈’는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스타들의 대표적인 국내 홍보 창구로 떠올랐다. ‘듄’의 티모시 샬라메와 젠데이아,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의 스칼릿 조핸슨 등을 비롯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의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 등이 프로그램을 찾았다. 작품 정보만 전달하는 형식적인 인터뷰보다 스타의 삶과 가치관을 함께 조명하고, 이를 방송과 온라인 클립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해외 스타의 내한이 일회성 행사에서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와 결합한 장기적인 마케팅으로 변화한 셈이다. 친필 편지와 영상 메시지로 내한 전 기대감을 높이고, 기자간담회와 레드카펫으로 언론과 팬을 만난 뒤 예능과 숏폼 콘텐츠를 통해 화제성을 이어가는 방식이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영화 홍보 업계에서는 할리우드 스타의 내한이 일반적인 광고보다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작품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끌어올리는데 효과적이라고 본다. 특히 한국 관객은 내한 행사와 예능 출연에서 나온 장면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시키는 만큼 할리우드 스튜디오 역시 한국을 아시아 시장의 반응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테스트마켓이자 홍보 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개봉 전략에서도 한국 시장의 달라진 위상이 감지된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오는 29일 북미 개봉보다 빠르게 국내 관객을 만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역시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됐다. 한국이 할리우드 대작을 뒤늦게 소개받는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개봉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선택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선개봉은 국내 관객을 위한 팬서비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개봉 직후 쏟아지는 관객 반응과 온라인 콘텐츠가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다른 국가의 개봉 전 화제성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한 행사와 방송 출연으로 관심을 집중시킨 뒤 빠른 개봉을 통해 실제 관람으로 연결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한국 관객 특유의 적극적인 반응도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요소다. 배우와 감독을 향한 환대가 레드카펫 현장에 그치지 않고 인터뷰 영상, 밈(meme), 숏폼, 관람 후기 등으로 재생산 되면서 홍보 효과가 장기간 이어진다. 작품과 창작자를 함께 소비하는 탄탄한 영화 팬덤 역시 해외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놓치기 어려운 자산이다.
다만 잇따른 내한과 선개봉만으로 한국 영화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을 단정하기는 어려다. 개별 작품의 국내 흥행 성적과 극장 관객 수, 마케팅 비용 대비 홍보 효과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한국 극장가가 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도 해외 대작들이 한국을 우선적인 홍보 거점으로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분석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내한의 무게와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메릴 스트립이 생애 처음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했고, 놀란 감독도 마침내 한국 관객 앞에 선다. 이제 할리우드 스타들은 레드카펫에서 손을 흔드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 예능에 앉아 자신의 인생과 작품을 이야기한다. 한국은 더 이상 아시아 프로모션 일정 가운데 잠시 들르는 곳이 아니다. 할리우드가 가장 먼저 작품을 보여주고, 직접 관객을 설득하며 세계적인 흥행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핵심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유니버설 픽쳐스('오디세이') 제공, 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