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드 인 코리아' 우도환이 통과한 전환점 [인터뷰]
- 입력 2026. 09.29. 14:34:12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배우 우도환이 '메이드 인 코리아'를 통해 스스로의 틀을 깨고 배우로서 또 하나의 새로운 빛깔을 얻어냈다. 선배들과 어깨를 맞대며 인물이 가진 비극적 딜레마를 파고든 그는, 치밀한 고민으로 백기현이라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우도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는 9년 뒤, 더 큰 욕망을 향해 폭주하는 백기태(현빈)의 위태로운 여정을 그린 누아르 드라마다.
우도환은 시즌2에서 9년의 시간이 흘러 보안사 중령으로 진급한 '백기현'을 연기했다. 중령의 자리에 오른 백기현은 더 이상 형의 뜻만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시작부터 우도환에게 특별한 도전이었다. 굵직한 선배 배우들과 긴 호흡의 시리즈물에서 함께 메인 롤을 이끌어가는 기회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시즌1을 처음 들어갈 때는 기현이가 어떤 친구인지 아예 몰랐다. '현빈 동생 역할', '우민호 감독님 작품' 정도만 알고서 너무 하고 싶다고 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의 동생 역을 한 거 였는데, 시간이 더 흐르면 과연 내가 선배님의 동생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지금이 마지노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또 선배님들과 이렇게 한 작품의 큰 롤로 나올 수 있는게 쉽지 않잖냐. 같은 메인롤을 끌어가는 배우들을 영화가 아닌 이상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긴 호흡의 시리즈물에서 만날 수 있는건 제 입장에서는 드문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가 대본을 보고 가장 먼저 잡은 연기의 방향성은 '가족으로서 형의 가장 큰 약점'이 되는 것이었다. 그는 작품을 해석한 시각에 대해 "대본을 봤을 땐 내가 가족으로서 형의 가장 큰 약점이 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게 이 작품과 가장 어우러지게끔 연기하려고 했던 게 가장 우선이었다"며 "서로가 사랑하고 각자의 욕망이 있는데, 그 욕망의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했다. 가족 때문에 더 성공하고 싶었지만 동시에 가족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아이러니의 중심에 기현이가 서있다고 봤고,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캐릭터의 선악 구도에 대해서는 "단순히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기태와 기현을 선과 악으로만 따질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우도환은 "그렇다고 둘을 제외한 다른 인물이 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선과 악의 경계가 우리에게 있지 않은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기태와 기현에게 선과 악의 경계가 있기보다는 다른 악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1과 시즌2 사이에는 9년의 세월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도환이 시즌별로 구분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백기현의 모습은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시즌1에서는 기현이 20대 초반이라서 미숙하다. 시청자들의 반응에 있던 '중2병'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20대 초반 남자는 빨리 철이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즌2에서 30대 초반이 된 기현은 스스로가 어느 정도 세상 돌아가는 걸 알고, 자신의 위치도 알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제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선택을 할 수 없는 위치에 서있다. 어떻게 보면 힘을 가져야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건데, 아직 그런 힘을 갖기엔 어리다. 그런 지점의 차이를 뒀던 것 같다."
기태는 애국과 가족을 이유로 폭주하는 반면, 기현은 자신의 신념을 동력으로 삼는다. 이에 대해 우도환은 "결국 기현도 형에게 인정받고 싶던 인정욕이었던 것 같다. 기현이 생각하는 애국은 별게 없다. 입으로 애국을 외치던 친구가 아니었다"며 "기현은 약자를 돕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시즌1에서도 처음에 등장할 때 대열을 맞춰 걷다가 굴러떨어진 친구가 있으면 먼저 달려가서 돕고 배낭을 다시 매주지 않나. 그래서 심성은 되게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사람의 근본적인 욕망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우도환은 "기태와 기현 둘의 욕망의 크기가 다르다. 기태가 원하는 욕망과 기현이 원하는 욕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기현은 그냥 형에게 인정받고 행복하게 사는 소소한 삶이 욕망일 수 있다. 군인이 된 것도 형이 군인이기 때문이지 않나"라며 "그렇지만 형의 욕망은 그것에 지나지 않는다. 힘이 없으면 눌리고 살아야 한다는 결핍이 컸기 때문에 더 큰 힘을 갈구한 거다. 기현은 단지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은 아들의 느낌이었기 때문에 둘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인이라는 직업적 특성상 더 절도 있는 모습을 표현해야 했을 터, 그는 목소리 톤부터 디테일한 어조까지, 절도 있으면서도 형 백기태의 흔적이 묻어나는 연기를 잡기 위해 고민했다.
"많이 동요되지 않는 친구로 설정하려고 노력했다. 1차원적으로는 딱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백기태를 보면 어디에 많이 동요되진 않는다. 기현이 보고 자란 게 형이고, 형을 닮고 싶은 동생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기현이 부하직원을 대할 때 그런 면이 많이 나왔다. 기현이 부하직원들에게 상냥할 것 같지만 말투 같은 걸 보면 아닌 건 아니고 할 말만 한다. 그게 기태와 많이 닮은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많이 신경 썼다."
특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는 결말에서 백기현이 백기태를 총으로 쏘는 듯한 엔딩 장면이 등장해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모았다.
"호불호 반응은 많이 예상했다. 공개 후 반응을 보니 기태 형을 사람들이 정말 좋아해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 99%가 우리 형 편인 것 같았다. 잘 만든 드라마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극 중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해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건 배우와 연출, 극본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자칫 잘못하면 돌아설 수 있는 시청자들을 형이 선을 잘 타면서 끌어와 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백기태를 응원하는 만큼 엔딩을 아쉽게 보실 수도 있었던 것 같다."
결말과 관련해 감독에게 들은 설명이 있냐는 질문에는 "'이 작품이 끝났을까요'라는 생각도 든다. 무언가를 끝내려고 만든 작품은 아니라고 감독님과도 이야기했다. 항상 감독님께서 말했듯 마지막의 총성은 1970년대를 닫는 총성이다. 또 다른 시작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형을 향해 총구를 겨눌 수밖에 없었던 백기현의 심리적 기저에는 비극적인 딜레마가 깔려 있었다. 우도환은 기현이 처한 햄릿 같은 상황과 연기적 포인트를 짚었다.
"기현은 그 누구보다도 형이 죽길 바라지 않는다. 죽길 바랐다면 병원에서 끝났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형을 막고 싶었고, 죽음까지는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형이 그냥 잡혔으면 좋겠다는 정도였을 거다. 하지만 형이 잡히지 않고 잘 도망쳤고, 결국 형이 살아있기 때문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을 거다. 게다가 황대식(허정도)이 형을 죽이지 않으면 조카랑 누나도 죽는다고 하잖냐. 그래서 정말 '햄릿'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 거기서 마저도 기현은 힘이 없으니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비운의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마지막 엔딩까지 끌고 갔다."
결말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도를 묻자 "저는 좋다. 우리가 대본이 나왔을 때부터 계속 고민하고 이 지점을 향해 달려갔기 때문에 이것을 연기한 배우가 만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모두가 동의하에 찍었고 오케이가 나서 끝난 씬이다. 그래서 일말의 부정 없이 저는 만족을 하고, 감독님과 선배님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며 확신을 표했다.
수많은 명작을 배출해 낸 우민호 감독과의 호흡은 우도환에게 커다란 자산이 되었다. 우도환은 우 감독과의 작업을 "너무 좋았다"고 돌아보며 "감독님은 이 배우가 뭘 했을 때 가장 멋진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다. 더 멋있으려면 어떻게 찍어야 할지도 잘 아신다. 그리고 편집을 정말 잘 하신다. 현장 편집본을 디렉팅과 함께 보여주시는데, 확실히 너무 좋았다. 더 길게 만나고 싶다. 그러려면 제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이 작업했던 남자배우 중에 제가 제일 어리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추위와 싸워야 했던 촬영 현장 속에서도 우 감독의 순간적인 결단력과 디테일이 빛을 발했다고.
"촬영 당시 겨울이라 정말 추웠다. 원래 마지막에 총을 겨누는 씬에서 눈이 준비돼있지 않았는데, 감독님께서 눈이 내리면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눈차를 불러서 찍었는데, 눈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정말 크게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즌1에서도 기현이가 총기난사를 하는 씬에서 비를 맞는데, 거기서도 원래 비 설정이 없었다. 감독님이 내일 비를 불러서 찍자고 했던 건데, 컨테이너에 비 떨어지는 소리로 시작하는 것 자체로 너무 달라졌다. 정말 결단력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미묘한 디테일이 정말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우 감독 뿐만 아니라 현빈, 정우성 등 대선배들과 만난 경험도 우도환에게는 매우 뜻깊었다. 우도환은 "선배님들께서 현장에 임하시는 태도가 제게 본보기가 됐다. 항상 여유 있어 보이고, 말을 아끼는 것처럼 어디에도 동요되지 않은 모습들이 후배 입장에서는 컸던 것 같다. 감명 깊었던 건 항상 그런 지점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지금까지 나는 저런 것들을 잘 챙기며 현장에 나갔는지 돌아보게 됐다. 또 내가 가고자 하는 선배의 길, 배우의 길 같은 것들을 조금 더 구체화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분 모두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 두 분께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것들이 있다"며 "예전에 '마스터'를 찍을 때 선배님들을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는 스스로에게 레퍼런스가 전혀 없이 용감했을 시기라서 단순히 동경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선배들로부터 '저렇게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배움을 얻는다. 그게 더 명확해지고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치열했던 촬영을 마친 뒤에도 배우 우도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만든 작품이었다. 이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방향성과 고민이 깊어지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셈이다.
"배우로서 생각이 많아지게 한 작품이다. '내가 잘 해왔나', '내 방식이 틀렸던 것 같다' 싶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신인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용감하게 해왔고, '메이드 인 코리아'를 만나기 전에는 내가 해왔던 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이전에는 내가 있는 현장에는 나만의 색이 있다고 믿었다면, 이제는 다른 색도 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메인롤이 아닌 다른 현장에 있다 보니 선배님들이 이끌어가는 걸 보고 저렇게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과연 그걸 그대로 할 수 있을까, 또 편한 길을 찾아가지는 않을까 싶은 기로다. 고민도 많고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보기가 더 열린 것 같다."
앞서 우도환은 '마스터', '사냥개들', '메이드 인 코리아'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강렬한 색채를 지닌 캐릭터를 주로 소화해왔다. 우도환은 실제 본인의 모습과 캐릭터 사이에서 생기는 거리를 메우는 자신만의 철학을 공개하기도 했다.
"캐릭터와의 괴리가 있으면 제가 맞춰야 하는 것 같다. 인간적으로 다가가려고 한다. 보편적이고 대중적으로 쉽게 생각해야 저도 심오하게 들어갈 수 있다고 느껴지더라. 어렵게만 다가가면 제가 움직일 수가 없다. 저와의 차이는 조금씩 채워간다."
끝으로 우도환은 꾸준히 연기의 길을 걸어가게 만드는 원동력,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배우로서의 최종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며 깊은 진심을 전했다. 자신의 익숙함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선배들의 발자취를 좇는 우도환, '메이드 인 코리아'를 거친 뒤 도달할 다음 10년, 20년 뒤의 얼굴이 자연스레 기대된다.
"목표는 정확해진 것 같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같이 했던 선배님들처럼 내가 굳건히 그 자리에 계속 남아있고 싶다. 10년 뒤, 20년 뒤에 현빈 선배님, 정우성 선배님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정말 두 분 모두 좋은 롤모델인 것 같다.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나올 때마다 응원해 주시고 관심 주시니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