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고 사소한 아름다움”…김종관 ‘낮과 밤은 서로에게’, 부국제 문 열었다 [종합]
- 입력 2026. 10.06. 15:13:08
- [부산=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거대한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한 공간을 스쳐가는 사람들의 대화와 그 안에 담긴 작고 사소한 순간에 집중했다. 김종관 감독이 자신만의 섬세한 시선으로 완성한 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문을 연다.
'낮과 밤은 서로에게'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종관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민하, 주종혁, 한선화, 장률, 심은경, 전소영, 김동휘와 정지혜 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했다.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계절이 변화하는 시기, 하나의 카페를 스쳐 간 네 쌍의 남녀가 나누는 대화를 담은 작품이다. 김종관 감독이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던 ‘더 테이블’에 이어 하나의 공간을 배경으로 네 가지 이야기를 펼쳐낸다.
김종관 감독은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저희 영화를 보여드리게 돼 기쁜 마음”이라며 개막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저희 영화는 작고 사소함에 대한 이야기다. 거기에 의미, 아름다움에 대한 것들을 집중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어 “처음 현호가 시계를 보지 않나. 시계의 작은 세계에 집중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처럼 일반적인 영화는 며칠, 몇 개월, 몇 년 동안 빌드업하고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 영화는 네 개의 대화 단면을 통해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한다”라며 “관객들이 다음을 그릴 수 있게 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감독은 “이 영화가 관객들과 깊은 관계가 생겼으면 한다”라며 “이번에 개막작이라는 세계적인 위상이 있는 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작고 사소함에 대한 중요성을 들어주게 되어 마음 깊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영화의 제목인 ‘낮과 밤은 서로에게’에도 작품을 관통하는 의미가 담겼다. 김 감독은 “낮과 밤의 세계가 있지만 실은 여러 가지 은유를 할 수 있다”라며 “첫 번째 이야기는 한 사람은 낮에 있고, 한 사람은 밤에 있는데 연결될 수 있는 이야기라면 마지막은 같은 공간에 있다면 서로가 낮과 밤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에 보면 그들의 사연이 있고, 그들이 만들려고 하는 이야기도 있고, 꿈과 현실이 있다. 낮과 밤처럼 대비가 되기도 하지만 연결도 되어 있다”라며 “낮과 밤이 서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한 공간에 머무는 거니까 연결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우들 역시 김종관 감독과의 작업에 남다른 의미를 전했다. 김민하는 “저는 감독님의 오랜 팬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GV도 따라다니고 영화도 많이 봤는데 대본을 주신 날이 꿈만 같다”라며 “토론토에서 읽고 문자를 바로 보냈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읽는 것 같다, 글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우연히 제 에피소드를 촬영하는 날이 생일이었다. 그날도 선물을 받았다”라며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소소한 행복과 물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총 3번의 선물을 받은 것 같다. 감사한 마음이 깊게 남는다”라고 말했다.
주종혁은 “감독님을 2년 전 부국제 저녁 자리에서 뵀다. 감독님을 보자마자 제 속 얘기를 다할 정도로 최고의 리스너”라며 “대본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이야기 공유가 많았다. 마음이 너무 편안하고 감독님을 좀 더 의지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날 생일을 맞은 한선화에게도 부산에서 열리는 개막작 기자회견은 특별했다. 한선화는 “감독님이 저에게 선물을 주신 것 같다. 제가 오늘 생일이다. 고향인 부산에서 제가 너무 사랑하는 부국제에서 개막작은 영광스럽고 큰 것인데 감독님의 작품으로 선물을 받아 행복하다”라고 했다.
장률은 “대본을 제안받았을 때 여행 가던 차 안이었다. 너무 재밌게 대본이 읽혔다”라며 “다른 에피소드에 비해 독특하기도 하고 말의 개연성이 다르고 특색 있다고 느꼈다. 파트너 배우가 훌륭해서 다음 작업으로도 만나고 싶다. 행복하게 작업했다”라고 전했다.
심은경은 이번 작품을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혜진 역이 어렵게 다가오기도 했다. 저에게는 없는 성격의 소유자이고 해보지 않았던 느낌의 캐릭터였기 때문에 왜 감독님은 나에게 이 역할을 제안했을까 궁금증이 컸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촬영하기 전까지 긴장을 참 많이 했다. 나름대로 역할 연구도 많이 해갔다”라며 “막상 현장에서 너무 편하더라. 2테이크까지 긴장됐지만 차츰 안정되면서 나중에는 애드리브까지 섞어서 했다.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캐릭터를 어떻게 봐주셨을지 궁금하다. 한여름 밤의 꿈이었던,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된다”라고 말했다.
전소영은 “이 영화가 큰 배움의 기회였다. 제 인생 두 번째 작품인데 아무것도 몰랐다”라며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려주셨다.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입대 사흘 전 촬영을 마쳤다는 김동휘는 전역 후 첫 공식 일정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김동휘는 “전역 후 첫 공식 일정이 개막작이라 영광적인 자리에 서게 돼 기쁘다”라며 “학교 다닐 때부터 영화 수업을 들으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감독님이 계신데 그때 알게 되고 영화를 챙겨봤다. 그 후 대본을 받게 됐는데 배우라는 직업이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정지혜 프로그래머는 올해 개막작 선정 배경에 대해 작품의 규모보다 완성도와 관객성을 강조했다. 정 프로그래머는 “작년 개막작은 제작 규모 측면에서 올해 작품보다 컸다. 그러나 올해 개막작은 규모와 다르게 의미, 가치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이 작품은 한 창작자가 굉장히 고심하고, 꼼꼼하게 설계해서 자신만의 감성과 세계를 비전한 빼어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주요한 선정 이유 중 하나는 많은 관객들이 2시간 가까운 시간을 무리 없이 즐겁게 보는 걸 우선 선정한다”라며 “감독님과 배우들의 합, 하모니, 연기 내공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작품이라 너른 연령층이 보기에 손색없는 작품이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종관 감독은 끝으로 자신이 만들고자 했던 영화의 방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작고 미시적인 세계를 들여다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많은 싸움을 해야 한다”라며 “그런 부분에서 함께 해준 스태프, 배우들의 열의가 있어서 이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게 영화의 힘이구나를 느낀다”라고 말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6일부터 15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는 59개국 246편의 공식 초청작을 비롯해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9편 등 총 315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공식 선정작은 지난해보다 5편 늘어난 246편으로 201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