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수·정일우 이어 황찬성까지…韓 영화계, 베트남으로 향하는 이유 [Ce:포커스]
- 입력 2026. 11.07. 05: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한국 영화계의 시선이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다. 이광수와 정일우에 이어 황찬성까지 국내 배우들이 베트남 영화에 잇달아 출연하는가 하면 국내 제작사들도 현지 영화 투자와 공동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단순히 한국 영화를 해외에 수출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지 배우 및 제작진과 손잡고 베트남 관객을 겨냥한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영화 시장과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맞물리면서 베트남이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사업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이광수, 정일우, 황찬성
최근 2PM 멤버 겸 배우 황찬성은 한국·베트남 공동 제작 영화 ‘사이공 오빠’(가제)의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사이공 오빠’는 K팝 스타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 아내들을 찾아 서울에 온 두 베트남 남편의 좌충우돌 여정을 그린 휴먼 코미디다. 영화 ‘육사오(6/45)’를 연출한 박규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황찬성은 극중 K팝 스타 민호 역을 맡아 베트남 배우 끼에우 민 뚜언, 레 즈엉 바우 럼 등과 호흡을 맞춘다.
한국 제작사 필름라인과 베트남 BHD, 웹TV아시아가 함께하는 이 작품은 2026년 영화진흥위원회 국제공동제작지원 선정작이다. 서울과 호찌민을 배경으로 K팝과 가족, 사랑이라는 소재를 풀어낼 예정이며 2027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앞서 이광수와 정일우도 베트남 영화 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광수는 지난해 개봉한 ‘나혼자 프린스’에서 베트남에 홀로 남겨진 한류 스타 강준우 역을 맡았다. 베트남 현지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이 작품은 한국 배우와 베트남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 코믹 로맨스다. 정일우는 한국인 모홍진 감독이 연출한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에 특별 출연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지난해 베트남에서 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배우들의 현지 진출과 함께 국내 영화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엔터테인먼트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 10월 롯데엔터테인먼트 베트남, 일본 영화·콘텐츠 기업 토에이(TOEI)와 베트남 영화 공동 개발 및 제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국과 베트남, 일본의 콘텐츠 사업 역량을 결합해 현지 영화를 공동 제작하고 투자·배급 분야에서도 협력 기회를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협약은 기존 지식재산권(IP)의 리메이크뿐 아니라 베트남 고유의 이야기와 문화를 활용한 오리지널 콘텐츠 개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롯데컬처웍스 커뮤니케이션팀 최희준 책임은 “토에이 사는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 전반에 걸쳐 오랜 제작 노하우와 폭넓은 IP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글로벌 파트너”라며 “롯데엔터테인먼트 베트남 법인은 베트남 현지에서 쌓아 온 배급·마케팅 역량과 현지 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에이 사와 한국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IP를 통한 리메이크뿐만 아니라 베트남 고유의 이야기와 문화 기반의 오리지널 콘텐츠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라며 “각사의 강점을 결합하여 베트남 관객의 정서에 맞으면서도 아시아 시장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베트남은 그동안 ‘퓨리’, ‘블러드 문 파티’, ‘더 라스트 와이프’, ‘마 야’ 등 현지 영화의 투자·배급에 참여하며 사업 기반을 다져왔다. 액션부터 코미디, 공포, 시대극까지 장르를 넓혀온 것도 특징이다. 롯데컬처웍스 측은 “IP 로컬라이징 최적화 노하우를 바탕으로 각 장르별 흥행작을 선보이며 입지를 다져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계가 여러 해외 시장 중 베트남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배경으로는 현지 영화 시장의 성장세가 꼽힌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5년 베트남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박스오피스 총매출은 약 5조 6000억동(약 2억 2400만 달러)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간 영화 티켓 판매량은 7000만장을 넘어섰으며 관객 수 기준 동남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올라섰다.
특히 자국 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글로벌 영화 시장 분석에 따르면 2025년 베트남 자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61.4%로 전년보다 21.0%포인트 상승했다. 현지에서 제작된 영화가 시장 성장을 이끄는 가운데 해외 기업들 역시 완성작 수출을 넘어 베트남 관객을 겨냥한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한국 영화에 대한 현지 관객들의 관심도 확인됐다. 2024년 개봉한 장재현 감독의 ‘파묘’는 베트남에서 약 2120억동의 매출을 올리며 그해 전체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현지 자국 영화뿐 아니라 한국 영화 역시 흥행 경쟁력을 보여준 사례다.
다만 한국 영화의 흥행이 곧바로 모든 공동 제작 작품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베트남 내 한국 영화 전체 매출은 전년보다 33.6% 감소했다. 현지 영화의 강세 속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실제 흥행으로 연결할 전략이 중요해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영화계의 베트남 진출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 배우를 현지 영화에 캐스팅하거나 한국 감독과 제작진이 참여하는데서 나아가 현지 관객의 취향에 맞는 이야기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투자와 배급까지 협력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베트남 역시 ‘시스터 시스터3’, ‘더 라스트 아일랜드’, ‘더 라스트 불릿’ 등 다양한 현지 영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박규태 감독의 ‘사이공 오빠’와 베트남 전통 설화에서 영감을 받은 장편 애니메이션 ‘탄 죵’ 등도 개발을 추진 중이다. 기존 현지 영화 투자·배급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과 IP 개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관건은 이러한 협력이 일회성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다. 현지 관객의 취향과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제작·투자 구조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최희준 책임은 “베트남은 한국 영화 완성작 수출을 넘어 콘텐츠를 공동으로 기획 개발하고 수익을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 시장”이라며 “더욱 견고한 파트너십을 위해 단순 수익 창출을 넘어 현지 영화 전문 인력 양성을 함께하는 등 문화적 동반자로서의 신뢰 자산 축적을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배우들의 잇따른 출연과 제작사들의 현지 사업 확대는 베트남이 단순한 해외 개봉 시장을 넘어 공동 제작의 무대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와 지속적인 협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한국 영화계의 베트남행에 관심이 쏠린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CGV('나혼자 프린스'), 갤럭시코퍼레이션('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정일우),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황찬성), 롯데컬처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토에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