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사기 혐의’ 송대관은 가수다

입력 2015. 02.28. 12:29:34

[시크뉴스 유진모의 테마토크] 부동산 투자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기소된 가수 송대관(69)의 항소심 선고가 내달 19일로 다가온 가운데 그와 고소인 양모(여) 씨 측의 엇갈리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1심에서 송대관이 토지개발분양 사업에 관여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던 분양 시행사 C사 김모 대표가 항소심에서 이것이 거짓 진술이었음을 자백함으로써 사건이 새 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송대관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70 평생 파렴치하지 않게 살았다”며 하루 빨리 무대로 복귀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쳐 이에 대한 대중의 찬반양론이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양 씨에게 사기 혐의로 피소돼 재판 중이던 김 대표는 지난 26일 항소심 결심공판에 증인으로 나서 “1심에 증인으로 참석하기 전 양 씨로부터 ‘송대관을 재판에 끌어들여야 돈을 받을 수 있다. 협조해주면 고소를 취하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에 응했지만 증언 후 양 씨가 약속을 어기고 고소를 취하하지 않았다”며 “송대관이 불리하도록 진술한 점은 죄송하다. 위증에 대해 처벌 받겠다”고 증언했다.

사건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대관의 아내 이모 씨가 충남 보령의 한 토지개발분양 사업에 뛰어들었고, 양 씨가 이 사업에 3억7000만 원을 투자했으나 2~3개월이 지난 후에도 소유권 이전등기가 되지 않았고 개발사업도 인허가를 받지 못했다며 송대관 부부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 토지에는 160억 원이 넘는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고, 양 씨는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양 씨는 송대관 부부가 자신에게 1억 원을 빌려간 뒤 갚지 않았다는 내용도 혐의에 추가했다.

2009년 한 신문에는 송대관을 모델로 내세운 해당 사업의 광고가 실린 바 있다. 이 광고에는 해당 사업 지역에 호텔과 송대관 공연장 등이 들어선다는 내용과 송대관의 사인에 ‘책임 시행자’라는 문구가 실려 있었다.

송대관과 양 씨의 주장은 이렇게 충돌한다.

하지만 송대관은 인터뷰에서 “해당 토지는 나와 상관없는 아내의 땅으로 양 씨가 아내 사업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입자 돈을 받아내기 위해 증인들을 매수해 나를 끌어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아내의 부탁으로 초상권과 사인 제공에 동의한 것은 맞지만 당초 의도와는 다른 과대광고가 실린 것을 파악하곤 광고 중단을 요청했다고 강변했다.

송대관은 양 씨 외의 다른 투자자들에게 이 광고를 증거로 고소당한 적이 있지만 모두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고 그 근거를 들었다.

분양 계약을 체결한 이후 양 씨는 송대관 부부를 형부와 언니라 부르며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1억 원이 채무액이 아니라 기부금이라는 송대관의 주장의 근거다. 송대관은 2009년 10월 고향인 전북 정읍에서 노래비 제막식을 열었는데 여기에 큰돈이 필요해 고민하던 중 이 사실을 알게 된 양 씨의 자발적인 기부로 1억 원을 받아 행사에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씨가 답례 차원에서 다이아몬드 반지와 시계 등 시가 3000만 원어치의 선물을 양 씨에게 건넸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의 사업이 잘 안 되니까 양 씨 부부가 마음이 돌변해 1년 2개월 후 갑자기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는 것. 더불어 차용증을 써준 이유도 분쟁을 일으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였다고.

송대관은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년2월에 집행유예 2년을, 이 씨는 징역 2년을 각각 선고받았는데 이 씨는 법정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났다.

송대관은 “양 씨가 돈을 받아내려 증인을 매수하고 허위 증거를 들이대며 나를 엮었다”면서도 “아내가 저지른 실수는 내 부덕함 탓”이라며 도덕적 사죄의 뜻을 밝혔다. 더불어 그는 “새롭게 다시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무대로 복귀하겠다”고 재기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물론 내달 19일이면 판사가 그의 무대 복귀 가부를 결정해줄 것이다. 하지만 가수는 판사나 검사 등 법조계 사람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바라보고 노래한다. 사법부의 판단을 떠나 그의 무대 복귀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근거는 그의 억울함의 토로에도 불구하고 들불처럼 번지는 누리꾼 대다수의 부정적인 시각이다.

정황상 그의 주장 중 일정 부분이 믿음을 주긴 하지만 그가 평소 외쳐온 ‘공인’의 자격 중 첫 번째로 배제돼야 할 ‘모럴 해저드’의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돈이 없어 제막식 기부금으로 1억 원을 협찬 받은 송대관의 아내가 양 씨에게 무려 3000만 원어치의 보석을 사례한다는 점, 기부금에 대한 장부를 증거로 대지 않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기부금에 차용증을 써준 점 등이 가장 큰 의혹이다.

해당 토지와 사업이 모두 아내의 이름으로 진행된 사실은 송대관이 법적인 처벌에서 벗어날 수도 있는 근거다. 하지만 ‘아내의 사업이므로 나는 상관없고 알지도 못했다’는 발뺌은 도덕적인 잣대로는 면죄부를 받기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신문 광고에 자신의 책임이 없다는 주장은 아내의 부탁으로 초상권과 사인을 제공했다는 분명한 팩트와 상치된다.

그 스스로 ‘부덕함’을 거론했듯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아내의 사업을 몰랐다는 주장이 대중을 납득시키기 힘들 뿐만 아니라 진짜 몰랐다면 그런 무책임함 역시 비난받아야 마땅하고, 아내의 잘못을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도덕적 면죄부를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씨는 예전에 원정 도박 혐의로 기소된 전력에서 보듯 도박으로 송대관이 번 많은 돈을 탕진한 것으로 가요계에 알려졌다. 그 결과 송대관의 자택은 경매에 넘어갔으며 등기부등본 상 채권 총액은 160억 원대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대관은 이혼 대신 오히려 조강지처를 책임지기 위해 나서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는 그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누가 뭐래도 송대관은 사업가라기보다는 가수다. 그래서 그가 간절하게 원하는 무대 복귀의 소원은 이뤄지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그를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무대여야지, 지상파 방송 같은 불특정 다수에게 열린 공간은 내달 19일의 판결 여부에 의해 결정돼야 순리에 맞다.

대중은 '해뜰날'로 척박하던 삶에 희망을 던져주던 송대관을 좋아했다. 지금도 그런 팬은 남아있을 것이고, 그들은 송대관이 '차 표 한 장 손에 쥐고 떠나'갈 만큼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시크뉴스 유진모 편집국장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