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VIEW] 걸그룹은 팬들의 인형이 아니다
입력 2017. 04.07. 11:06:29
[시크뉴스 김지연 기자] 흔히 예쁜 여자를 인형 같다고 표현한다. 특히나 이런 ‘예쁜 여자’들만 모여 있는 걸그룹에게 ‘인형 같은 미모’ ‘인형 비주얼’ 같은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그러나 외모가 인형 같다고 해서 사람을 진짜 인형처럼 대하는 일이 과연 정상일까.

최근 걸그룹 여자친구 멤버 예린이 팬사인회 도중 초소형 카메라(몰카)가 부착된 안경을 쓴 팬을 잡아내 화제가 됐다. 당시 예린은 자신의 사인을 받으려 서있던 한 남성 팬에게서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안경 벗은 모습을 보고 싶다”며 안경을 벗어볼 것을 요청했다. 예린은 안경을 뒤집어 몰카를 촬영 중인 것을 확인하고 남성을 보낸 뒤 관계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 팬은 곧바로 귀가 조치됐다.

불쾌할 수 있음에도 예린은 상황을 침착하게 잘 넘긴 후 다른 팬들에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친절하게 인사와 사인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처럼 프로다운 대처를 보여준 예린에게 일각에서는 ‘표정이 좋지 않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이는 극소수의 의견이었고, 비정상적이라는 반응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긴 했다. 자신이 몰카에 찍혔다는 사실을 알고도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당시 팬사인회가 카메라 촬영이 금지된 현장은 아니었지만 자신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무방비 상태로 몰래 촬영되는 일은 경우가 전혀 다르다.

예린뿐만 아니라 수많은 걸그룹이 이러한 일을 많이 겪어왔다. 짧은 스커트를 입고 무대 위에 올라 춤을 추는 걸그룹을 향해 아래쪽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은 예삿일이 아닐 정도다. 한 걸그룹 멤버는 이 같은 일에 노이로제를 겪었는지 무대에서 다소 짧은 스커트를 입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스커트를 가리거나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고, 다른 걸그룹은 무대 아래서 스커트 안쪽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팬에게 정색하며 대놓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팬들과 가까이에서 만나는 사인회나 팬미팅에서도 이런 일이 왕왕 발생한다. 갑자기 얼굴을 만져보고 싶다며 손을 뻗거나 미성년자 멤버의 허리를 감싼다거나 하는 노골적인 스킨십에도 걸그룹은 싫은 내색 하나 할 수 없다. 좀 더 가까이 가고 싶은 팬들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걸그룹도 사람이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의 스킨십을 마냥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특히 걸그룹들은 팬들이 장난이랍시고 건넨 언사로 불쾌함을 겪는 경우도 있다. 한 걸그룹 멤버는 팬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사를 하려는데 “입 다물라”며 장난 섞인 고함을 친 팬 때문에 당황해 하며 마이크를 다른 멤버에게 건넸다. 또 다른 걸그룹 멤버는 공개적인 현장에서 남성 스타를 닮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당사자는 장난으로 한 말이겠지만 악의적인 의미가 담긴 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다른 팬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해당 멤버는 속상한 나머지 눈물을 보였다.

물론 남성 아이돌 그룹들에게도 사생 팬, 과도한 스킨십 등의 논란이 발생하곤 한다. 그러나 유독 걸그룹에게만 ‘극한직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걸그룹을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아닌 인형처럼 대하는 팬들이 종종 눈에 띄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공인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팬심은 분명히 어긋난 것이다. 자신이 불쾌할 만한 일은 타인에게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한 일을, 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까.

[김지연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시크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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