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읽기] ‘나쁜형사’ ‘붉은 달 푸른 해’의 엇갈린 운명, 신인배우 기용의 기술
입력 2019. 01.09. 16:45:15

MBC ‘나쁜형사’ 김건우, ‘붉은 달 푸른 해’ 차학연, ‘나쁜형사’ 이설

[더셀럽 한숙인 기자] MBC가 야심차게 내놓은 범죄수사물 두 편이 시청률에서 동시간대 타 방송사 드라마에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붉은 달 푸른 해’ ‘나쁜형사’ 모두 5%대 시청률에서 헤매고 있다.

비슷한 시청률이지만 월화 드라마 ‘나쁜형사’와 수목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의 상황은 같은 듯 다르다. ‘나쁜형사’는 영국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붉은 달 푸른 해’는 SBS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을 통해 스릴러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도현정 작가의 작품으로 탄탄한 시나리오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

기대를 충족하듯 ‘나쁜형사’는 19금 버전으로 시작해 무한 반복되는 연쇄살인 소재에 힘을 실었고 ‘붉은 달 푸른 해’ 역시 아이의 사망으로 서두를 열어 최근 드라마와 영화에서 무한 반복돼온 아동 학대와는 격이 다른 사건이 전개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시나리오의 힘만으로 부족한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력과 배우 배치력이 두 드라마의 매력도를 가르고 있다.

범죄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드라마의 시청률과 화제성은 얼마나 설득력 있게 폭력성과 선정성의 수위를 조절할 지로 갈린다. 시나리오로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면 다음은 배우 연기력과 감독의 연출력으로 넘어간다.

‘나쁜형사’는 과거의 사건으로 얽힌 네 사람의 갈등이 전체 스토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과거 살인 사건 범인과 목격자인 장형민(김건우)과 은선재(이설), 해당 사건을 수사한 전춘만(박호산)과 우태석(신하균) 네 사람이다. 이 중 장형민 역을 맡은 김건우와 은선재 역의 이설은 드라마 출연 이력이 적은 신인배우들이다.

두 사람 모두 데뷔 시점은 2016년이지만 방송사 드라마 출연 이력은 불과 1년 남짓이다. 김건우는 KBS2 ‘쌈, 마이웨이’(2017년)에서 안하무인 스타 파이터 김탁수로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고 tvN ‘라이브’(2018년)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이력을 쌓았다.

300: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이설은 웹드라마를 제외하면 드라마 출연 이력이 2부작으로 기획된 KBS2 특집극 ‘옥란면옥’(2018년)이 전부다.

김건우는 ‘쌈, 마이웨이’ 탁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안하무인’ 이미지로 장형민을 연기한다. 그러나 스타로서 안하무인과 범죄자로서 안하무인의 다른 톤을 담아내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설 역시 최근 미디어가 선호하는 담백한 외모가 강점으로 꼽혔지만 담백함이 밋밋함으로 이어져 극의 긴장을 떨어뜨리고 있다.

최근에는 시나리오만 좋으면 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력마저도 보이지 않게 하지만 ‘나쁜형사’는 시나리오, 연출, 연기, 3박자가 모두 엇나갔다.

주연급으로 기용된 신인배우들은 제아무리 천부적 연기 재능을 가졌다고 해도 경험치 부족에서 오는 표현력의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배우들의 비중이 분산되지 않고 주연급에게 집중되는 시나리오를 소화하기 쉽지 않다.

‘나쁜형사’는 김건우와 이설의 같은 표정 같은 톤의 대사가 무한반복 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19금’ 버전 배치에도 시청자들은 마치 동일한 화면을 보는 듯 지루함을 호소하고 있다.

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력과 연출의 미흡함이라고 하기에는 이전 드라마를 통해 신스틸러로 인기를 끈 박호산의 매력도 하락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얀 머리를 뒤로 가지런히 정돈해 넘기고 눈썹을 위로 그려 날선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외모만 변했을 뿐 늘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대사를 반복해 실패한 이전 해외 원작 드라마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고 있다.

‘붉은 달 푸른 해’는 미스터리 스릴러에 걸맞게 사건의 얼개가 치밀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아동 상담사 차우경(김선아), 형사 강지헌(이이경), 용의자 이은호(차학연)가 주인공으로 제시됐지만 특정 배우가 아닌 사건에 초점이 맞춰져 상황마다 주요 인물들이 달라져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진다.

차우경과 강지헌은 드라마의 메시지를 흩트리지 않게 하는 인물일 뿐 각각 다른 사연으로 아동 학대를 하는 상황에 등장하는 조연에도 미치지 못하는 캐릭터들이 주연에 맞먹는 비중을 차지한다. 이 과정에서 개장수 고성환(백현진), 편집매장 대표 민하정(최유송) 등이 화제인물로 부상하는가 하면 민하정 딸 이빛나(유은미)를 비롯해 개장수 딸 하나, 초록 원피스 아이 등 아역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등 화제성을 이어갔다.

이로써 아이돌 보이그룹 빅스 멤버인 엔 차학연이 ‘나쁜형사’ 이설 김건우처럼 같은 톤과 같은 표정으로 연기함에도 ‘논란’의 수위를 낮출 수 있었다. 물론 이은호가 붉은 울음으로 밝혀지는 과정이 그려진 25. 26회에서는 이은호의 연기 한계가 도드라졌으나 차우경의 과거에 대한 궁금증을 유도해 관심을 돌렸다.

이 드라마의 최대 수혜자는 개장수로 출연한 백현진이다. 연극과 영화 출연 경력은 많으나 드라마는 tvN ‘내일 그대와’(2017년)가 전부고 배우뿐 아니라 화가이자 ‘어어부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장영규와 함께 활동하는 가수이기도 한 멀티테이너 이력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감시하고 학대한 민하정 역을 맡은 최유송 역시 보는 이들에게 공감과 분노를 동시에 자아내는 연기로 관심을 끌었지만 드라마 출연 이력은 현재 방영 중인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가 전부다.

신인이거나 방송국 시스템이 낯선 배우에게 비중이 높은 배역을 맡길 수는 있다. 그러나 로맨틱 코미디처럼 단순 플롯으로 흘러가는 구도가 아닌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예측해야 하는 스릴러물의 경우 주연배우라고 해서 무작정 출연 분량까지 늘리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이는 시청률로도 입증된다. ‘나쁜형사’는 월화 드라마로 tvN ‘계룡선녀전’.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KBS2 ‘죽어도 좋아’, SBS ‘복수가 돌아왔다’ 등 동시간대 방영된 드라마들과 경쟁 상황이 나쁘지 않아 7.1%로 시작해 10.6%까지 올랐으나, ‘복수가 돌아왔다’가 상승세를 타면서 한 자릿수로 떨어지다 tvN ‘왕이 된 남자’ 제작실록에 이어 본 방이 시작되면서 5%대로 주저앉았다.

‘붉은 달 푸른 해’는 수치상으로는 ‘나쁜형사’보다 좋지 않다. 5.1%로 시작한 시청률은 3.9%까지 곤두박질했다 가까스로 4%대를 회복한데 이어 지난 3일 26회에서 5.4%로 5%대에 재 진입 했다.

그러나 동시간대 1위로 20%대 진입을 낙관하고 있는 김순옥 작가의 SBS ‘황후의 품격’과 박보검 송혜교 막강 투톱을 내세운 tvN ‘남자친구’까지 막강한 경쟁작들과 같은 시간대라는 점에서 같은 5%대라도 상대적 평가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신인배우들의 주연급 기용은 몇몇 배우가 장악하는 드라마 시장에서 배우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시나리오와 연출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면 가능성 있는 신인의 앞길을 막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BC ‘나쁜형사’ ‘붉은 달 푸른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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