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육대’ 예견된 사고, 방송의 주인은?
입력 2022. 08.03. 10:37:20
[유진모 칼럼] ‘혹시나’했지만 ‘역시나’였다. 지난 1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진행된 MBC ‘2022 추석 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 녹화에서 출연자가 부상을 당하는가 하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녹화 전 제기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 이 프로그램의 존재의 이유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계주 경기에 참가한 아이돌 멤버들은 웬일인지 러닝화가 아니라 어글리 슈즈를 신고 달렸다. 당연히 사고가 발생했다. 첫 번째 계주 예선 커브 구간에서 4명이나 넘어진 것. 부상 정도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그와 상관없이 달리기 경기에서 단체로 어글리 슈즈를 착용한 데 대해 의문과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어글리 슈즈는 경주용이 아니고 대중의 키치적 취향을 겨냥했기 때문에 기능성보다는 디자인이 우선시된다. 굽도 매우 높아 당연히 육상 경기에 부적합하다. 아이돌이나 소속 기획사가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아육대’ 측이 해당 브랜드의 어글리 슈즈를 협찬 받았기 때문이라는 결론밖에는 다른 이유를 생각하기 힘들다.

만약 사실이라면 제작진이 ‘돈에 눈멀어 출연자의 안전은 고려하지 않았거나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할 만큼 무식하다.’라는 해석 외에 다른 분석이 나오기 힘들다. ‘아육대’는 그동안 매번 ‘고정적’으로 출연자의 부상이 이어지면서 제작진의 안전 불감증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대표적인 게 2014년 인피니티 우현의 인대 파열.

당시 제작진은 ‘큰 부상은 아닌 듯.’이라는 자막을 띄웠지만 완치 불가 판정을 받을 정도로 중상이었다. 빅스 레오는 2013년 발목 인대와 2016년 코 부상을, 방탄소년단 진은 2016년 코 부상을 당했다. 그 외에도 세븐틴 정한, 엑소 시우한, 갓세븐 잭슨, 씨스타 보라, 샤이니 민호, AOA 설현, 마마무 문별 등 수많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혹은 특집 방송 편성을 알릴 때마다 ‘안전 문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거나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최근 재확산으로 전 국민적 경종이 요구되는 코로나19에 대한 제작진의 안전 불감증 혹은 무책임 역시 비난에서 피하기 어렵다.

풋살 종목에 참여한 워너원 김재환이 촬영을 마친 1일 밤 자가 키트와 2일 오전 PCR 검사 결과 모두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당연히 풋살에 함께 참여한 아이돌은 물론 그 멤버들의 소속사 스태프, 그리고 경기 현장에 있었던 팬들은 코로나19 확진 공포에 떨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물론 이들은 모두 자가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제작진의 ‘갑질 논란’도 충분히 공론의 장에 오를 만큼 어이없는 양태이다. 이번에는 방청객 역할을 하는 팬들에게 취식과 녹화 중간의 퇴장을 금지했다. 녹화 시간은 10시간 안팎 혹은 그보다 더 길 수도 있다. 그래서 방청객의 인권 유린이라는 논란이 일자 중도 퇴장 후 취식을 허용한다고 슬며시 말을 바꿨다.

그렇다고 ‘갑질’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제작진은 녹화 때마다 출연자의 소속사에게 각자의 팬(방청객)을 관리, 감독하라고 떠맡김으로써 그에 따르는 비용까지 책임지게 하는 불공정한 구조를 형성하여 왔기 때문이다.

‘아육대’는 출연자와 방청객을 합쳐 수천 명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당연히 제작비가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방청객을 팬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그들의 식대 등을 기획사가 부담하라고 떠미는 것은 공정한 거래라고 보기 힘들다. 그럴 경우 방송 수입을 기획사에도 나눠 주어야 마땅한데 만약 그랬다면 MBC가 널리 알리지 않았을 리 없다.

미디어, 여론, 심지어 방청객으로 참가하는 아이돌의 팬들조차도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MBC가 ‘아육대’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수입이다. 이번 녹화 직전에 방송된 2020 설 특집 ‘아육대’ 1, 2, 3부는 각각 3.0%, 3.9%, 5.6%의 평균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국내 수입이 크지 않다는 증거.



즉 이 프로그램은 K팝 열풍에 열광하는 해외 팬들을 위한 글로벌 마케팅이 타깃이다. 국내 시청률 수입만으로는 MBC의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없기에 숱한 비난을 감수하고 강행군한 것치고는 낯 뜨거운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계속 뚝심과 모르쇠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MBC는 자칭, 타칭 공영 방송사이다.

물론 시청자들로부터 수신료를 받는 KBS와 달리 MBC는 자체 영업으로 운영되는 구조이다. 즉 광고, 영업, 사업 등으로 돈을 벌어야 먹고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주주가 방송문화진흥위원회라는 공적 기관이므로 공영 방송으로 분류된다. 물론 스스로도 그렇게 주장하고, 시청자들도 지금까지 그렇게 받아들여 왔다.

즉 MBC는 ‘아육대’ 같은 상업적 목적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회사를 안정되게 운영하면서 결국 국민을 위한, 국민이 필요로 하는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아육대’가 국민 정서와 거리가 상당히 멀다는 데 있다. 공영 방송사가 프로그램 제작비 일부를 출연자의 소속사에 떠넘긴다? 출연자의 안전에 최대한 보장해 주지 않는다?

방송의 일부인 방청객의 인권을 무시한다? ‘만나면 좋은 친구’가 친구의 인권과 인격을 존중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다수의 시청자가 친구를 부정하고, 존재의 이유를 물으며, 부정적인 견해를 천명한다. 그들의 질문과 비난과 의견은 단 하나의 질의로 귀결된다. ‘과연 MBC의, MBC가 제작하는 방송의 주인은 누구인가?’

[유진모 칼럼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셀럽미디어DB,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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