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리그', 감동까지 갖춘 생활 밀착형 코미디
입력 2022. 09.22. 17:05:45

선데이 리그

[유진모 칼럼] 내달 5일 개봉되는 ‘선데이리그’는 이성일 감독의 장편 데뷔 독립영화이지만 의외로 상업적 정서에 부합하는 재미를 준다. 곧 40살이 되는 준일(이성욱)은 학창 시절 국가 대표를 꿈꿀 정도로 축구 유망주였지만 후배의 태클로 부상을 입는 바람에 포기한 채 지금은 그 후배 밑에서 유소년 축구 코치를 하며 근근이 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교육 태도가 불량하고, 불친절하며, 폭력적이기까지 해서 후배에게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다. 후배는 경제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중년층을 대상으로 풋살 아카데미를 열고 준일에게 코치를 맡긴다. 아내(김그림)가 아들 성준(차성제)을 데리고 독립한 뒤 이혼을 요구하는 상황인 준일은 자존심 상하지만 받아들인다.

철수축구단이라 명명한 팀원은 물질적 구단주인 재력가 김 사장(강영구), 오랫동안 그의 의동생으로 지내 온 치킨 가게 사장 최 씨(오치운), 우울증 극복을 위해 입단한 막내 박 씨(이순원)이다. 준일은 이 축구의 ‘ㅊ’자도 모르는 멤버들을 가르치기 위해 성준의 컴퓨터 게임 시뮬레이션 코치 방법까지 도입하는 등 고군분투한다.



철수축구단은 지난해 선데이 리그에서 4강을 한 백 목사의 팀과 경기를 치르며 자신감을 쌓는 가운데 조금씩 실력이 향상된다. 그런데 학교로부터 준일에게 전화가 온다. 성준이 스포츠 도박을 하는 등 벌써부터 어긋나고 있었던 것. 더 나아가 성준은 축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가출까지 하는데.

주인공들은 모두 내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부모를 잘 만나 여유로운 김 사장은 아무것도 아쉬울 게 없어 보이지만 아픔이 있다. 초등학교 때 축구가 좋아 축구부에 들어갔지만 절망만 한 채 그만둔 적이 있다. 그의 실력은 형편없었고, 그래서 아버지가 2년간 축구부에 빵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입부할 수 있었던 것.

그는 더 이상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해 보자는 심경으로 풋살을 시작한 것이다. 최 씨는 아무런 낙이 없었다. 매상마저 계속 떨어졌다. 그러니 그에게는 풋살이 전부가 되었다. 닭을 튀기면서도 발에서 축구공을 떼지 않는다. 좋아서일 수도 있고, 그래야만 상념의 개여울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박 씨는 가장 젊고, 제일 멀쩡해 보이지만 정신적으로 불안하다. 오죽하면 아내가 ‘밖에 좀 나가 보라.’라고 할 정도일까? 축구가 좋아서 팀에 온 게 아니라 아무 것이라도 해야 하기에 찾다 보니 풋살이 된 것이다. 축구가 아니라 풋살이라는 점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풋살은 5명이 한 팀을 이뤄 실내에서 하는 축구이다.



이 작품에서는 3명으로 준다. 그렇다. 주인공들은 결코 보편타당한 세계의 사람들이 아닌, 무척 축소된, 즉 매우 소박한 세계의 서민들이다. 김 사장은 다른 주인공들에 비해 재력가이지 보편적인 재벌은 아닌 것이다. 이 영화의 재미가 소소한 생활 밀착형 코미디라면 메시지는 통증과 트라우마 등의 치유이다.

준일은 거나하게 취해 후배에게 묻는다. ‘너도 선수인데 큰 부상을 입을 줄 모르고 태클은 건 것은 아니겠지?’라고. 그리고 굉장히 중요한 경기 중 박 씨가 그렇게 중상을 입는 걸 보고 뭔가 깨닫게 된다. 자존감이 큰 사람일수록 핑계와 원망이 심하다.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게 실력 탓이 아니라 타인이나 환경 까닭이라고.

그리고 그런 사람일수록 포기가 빠르다. ‘내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여건이 안 되니 희망 고문하지 말자.’라며.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이 다 그렇다. 준일 눈에는 축구에 소질이 있어 보이는 성준은 아버지에게 실망해 축구를 그만두겠다고 한다. “아빠처럼 살기 싫기 때문에.”라고 소리치며. 성준은 또 다른 준일이었다.

준일은 지금까지 내내 후배를 원망하며 살아왔다. 태클이 의도적이었는지, 그냥 의례적인 수비였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채 그에게 의탁한 채 비굴하게 오늘에 이르렀다. 마음속으로는 늘 후배와 환경을 탓하면서 ‘나는 충분히 국가 대표가 될 수 있었는데 세상이 나를 버렸다.’라고 현실을 부정하면서.

준일을 비롯한 주인공들이 ‘루저’로 살아온 이유는 이렇듯 자신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은 채 도망만 다녔기 때문이다. 감독은 준일을 통해 이렇게 외친다. ‘도망가지 말고 부딪치자!’, 그리고 ‘오늘을 열심히 살자.’라고. 세상만사에 지친 준일은 코치를 그만두겠다고 후배에게 말한다. 그건 열패감을 감추려는 낭패감일 따름이다.



그런 그를 잡아 이끄는 사람은 성준이다. 그리고 다친 박 씨를 대신해 뛰지만 팀원들에게 진짜 실력을 들킬 뿐이었다. 그는 부상 때문에 국가 대표가 못 된 게 아니라 실력이 그 정도가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의 그의 집안은 예전과 달리 깔끔하게 정리된다. 이 쇼트와 면도를 하는 시퀀스는 매우 중요하다.

집이든 사무실이든 매일 청소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주일에, 혹은 한 달에 한 번 하는 이도 있다. 후자는 ‘어차피 내일 더러워질 터인데 며칠 뒤에 하지, 뭐.’라는 인식일 것이다. 준일이 덥수룩하게 수명을 길렀던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그전의 그는 운동장에 늦게 출근해 김밥을 씹어 가며 건성건성 가르쳤다.

매일매일이 반복되는 일상이므로 무기력했고, 무성의했으며, 무참했다. 아니, 그렇게 여기고, 그런 쪽으로 행동했다. 선데이 리그건 조기 축구 리그이건 리그는 리그이다. 프리미어 리그가 아니면 어떠랴! 준일 등에게는 그들만의 리그가 가장 소중한 세계이거늘. 백 목사가 풋살을 종교로 여기는 게 그렇다. 빌런 없는 착한 코미디!

[유진모 칼럼/사진=영화 '선데이 리그'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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