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스캔들' 조씨부인, 정답 찾기 어려웠다"[인터뷰]
입력 2026. 09.30. 15:38:25

손예진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배우 손예진이 조씨부인을 만났다. 24년 만에 다시 사극으로 돌아온 그는 이번에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여자를 선택했다. 욕망을 감추고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온 여자, 사랑과 질투, 애증과 연정 사이에서 끝내 하나의 감정으로 규정할 수 없었던 여자다. 손예진에게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은 그래서 단순한 사극의 귀환이 아니었다. 한 인물의 마음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지, 배우는 그 답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를 다시 묻게 한 시간이었다.

손예진은 지난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셀럽미디어와 만나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캔들'은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이 벌이는 발칙하고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한 여인 희연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1792년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를 조선시대로 옮겨와 새롭게 풀어냈다.

손예진은 작품 공개 전 완성본을 직접 봤다. 두 번에 나눠 작품을 감상했다는 그는 "배우들이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다른 작품들은 아무 생각 없이 보는데, '이렇게 편집됐구나', '연출에서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었구나', '저 배우가 저렇게 연기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연기할 때는 편집이나 음악, 세부적인 디테일까지는 잘 보이지 않는데, 완성된 작품에서는 굉장히 극적으로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었다. 재밌었다"고 했다.

특히 판소리를 비롯한 작품의 독특한 표현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손예진은 "대본을 볼 때부터 판소리가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중간중간 판소리가 들어갔고,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 점도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한 배우이기 때문에 제가 나오는 부분이 제일 재밌지만, 제가 나오지 않는 장면 중에도 재밌는 부분이 있어서 즐겁게 봤다"며 웃었다.

손예진이 연기한 조씨부인은 작품에서 가장 복잡한 감정을 가진 인물 중 하나다. 겉으로는 정숙한 사대부 여인이지만 자신의 재능과 욕망을 온전히 펼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손예진 역시 조씨부인을 연기하며 끊임없이 인물의 내면을 고민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정지우 감독님이 '스캔들'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씨부인 캐릭터를 재해석하고 싶다고 하셨다"며 작품에 끌린 이유를 설명했다.

"많은 분들이 영화를 리메이크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원작 소설과 그 영화화가 있는 거다. 그 인물이 그 당시 굉장히 제약이 많은 조선시대 여성으로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모든 게 제약된 상황에서 한 여인의 뛰어난 재능과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이어 "인간의 심리를 굉장히 대놓고 드러내거나 확실하고 정확한 정답이 없는 이야기였다. 대중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배우로서는 매력적인 이야기였다"며 "이 캐릭터는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행동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조씨부인은 손예진에게도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인물이었다. 손예진은 "연기한 저조차 정답을 찾았다고 말하기도 감히 어려운 캐릭터였다. 어려운 만큼 매력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가 바라본 조씨부인은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며 살아온 인물이었다. 손예진은 "어릴 때부터 시를 쓰고 싶고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싶었던 모든 걸 뒤로하고 사대부의 부인으로 현실과 타협해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며 "자아실현을 하지 못하는 인물이 욕망을 감출 뿐 없어지는 건 아니다. 그 욕망이 비틀린 욕망이 되어버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 인간으로서 불쌍하고 안쓰럽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조씨부인을 시청자들이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손예진은 "조씨부인이 관객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한다거나 이 여자를 이해시키고자 하는 방향으로 하진 않았다"며 "대본에 적혀 있는 조씨부인의 모습이지만 '저 여자 왜 저래? 무서운 여자다'라는 생각이 들어도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씨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원(지창욱)과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손예진은 조원에 대한 조씨부인의 감정을 '사랑'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사랑만으로는 정의할 수 없다. 어릴 때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쓰고 사회를 읽는 눈조차 여인으로서 뛰어났다. 자기의 글을 펼칠 기회도 없었다. 조원은 유일한 친구이자 사촌이었고, 나의 모든 것을 보일 수 있는 존재였다."

이어 "연정의 마음도 품었을 거고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조원은 나중에 승승장구하게 되고, 마지막에 서로 도망가자고 했지만 현실과 타협해서 가지 못했다"며 "어릴 때부터 쌓아온 감정이 이게 무엇이었을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애증과 욕망과 질투와 연정이 다 쌓여 있는 복합적인 감정이었던 것 같다. 이게 진짜 사랑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조씨부인과 조원의 관계가 복잡했던 만큼 촬영 역시 쉽지 않았다. 손예진은 지창욱과 함께한 장면들을 떠올리며 "어차피 조원과 조씨부인은 쉬운 감정 신이 없었다. 매 신 만날 때마다 오랜 대화를 하고 심리 밀당이 있는 신들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촬영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손예진은 "진짜 길었다. 한번 들어가면 몇 시간씩 촬영했고, 그게 재밌었다"며 "그 감정을 계속 유지한 채 심리전을 해야 했다. 끊어가는 게 아니라 계속 농밀하고 응축된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게 힘들긴 했지만 그렇게 찍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사가 진짜 많았고 가벼운 대사가 아니었다. 한마디 더 던지면 묘한 심리전이 계속됐기 때문에 긴장감이 엄청났다"며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고 힘들었지만 재밌었던 경험이었다"고 했다.

나나가 연기한 희연과의 관계를 통해서는 조씨부인의 또 다른 감정을 발견했다. 극 중 조씨부인에게 희연은 처음에는 조원과의 내기를 위한 도구에 가까운 인물이다. 하지만 손예진은 나나와 실제로 연기하면서 희연을 바라보는 조씨부인의 마음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희연이라는 인물은 조씨부인에게 이용의 대상이었다. 정말 먼 하나의 도구, 이용 도구일 뿐이었다"며 "그런데 희연을 막상 만나서 나나와 연기를 할 때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같은 여자로서의 동병상련을 느끼게 됐다. 이 여인이 이 시대가 잔인하게 여성에게 원했던 제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의 죄책감도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만 놓고 봤을 때는 동질감과 연민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나나 씨가 희연이라는 인물을 순수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에 나나 씨와 연기할 때 저도 모르게 조씨부인의 진심이 나오는 순간도 있었다. 오히려 조씨부인의 감정을 더 풍부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지우 감독과의 작업 방식에 대해서는 "배우들에게 많이 열어주셨다"고 했다.

손예진은 "이 신은 이거다라는 걸 주시진 않았다. 제가 해놓은 캐릭터의 해석을 보여드리면 '이런 느낌이면 어때요? 여기서 이렇게 합시다' 정도였다"며 "명확한 디렉션을 주시지는 않았다. 배우가 하는 걸 굉장히 존중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감독님이 '이거다'라고 하면 더 편할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며 "계속 캐릭터의 심리를 저 역시 찾아가면서 했던 것 같다. 조씨부인은 참 어려웠다"고 했다.

'스캔들'은 손예진에게 24년 만의 사극이라는 의미도 있다. 과거 사극 촬영 당시 가채와 복장 등 외적인 부분이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오랫동안 사극을 하지 않았다는 그는 이번 작품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손예진은 "사극을 하려고 한 건 아니다. 데뷔 초에 했었는데 그 복장과 헤어가 너무 힘들었다. 연기할 때도 외적인 것들이 너무 힘들어서 집중이 잘 안 됐다"며 "그때만 해도 가채를 실제 머리로 해서 두통도 너무 심했다. 너무 괴로웠고 그 뒤로 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캔들'은 놓치면 후회하겠다고 생각했다. 멋있는 사극은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촬영 과정은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 손예진은 "가채를 쓰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여전히 한복 입는 건 쉽지 않다. 한복이 주는 갑갑함과 불편함이 있었다. 특히 여름에 촬영해서 더 힘들었다. 바람이 안 통했다. 겹겹이 입어야 하니까"라며 "한 컷 찍고 땀 닦고 그랬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구현한 디에이징 장면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손예진은 "어떤 식으로 구현하느냐에 있어서 궁금했다. 지금의 내 모습을 어리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때 20대 모습을 재현하는 거라서 궁금했다"며 "제가 20대 때 찍었던 영화들이 레퍼런스가 돼서 그 모습을 재현하는 거니까. 그때 모습이 살짝 보여서 너무 신기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20대를 돌아봤다.

"요즘에는 (숏폼, 릴스 등을 통해서) 옛날 게 많이 뜬다. 그때는 그렇게 예쁜 줄 모르고 보냈던 것 같다. 그게 너무 아쉽다. 항상 아쉽다. 연기도 그렇고 얼굴도 마음에 안 들고. 20대 때는 어른들이 '제일 예쁠 때야'라고 하는 걸 믿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좀 즐길 걸 싶다"며 "그때 몇 년 전 사진만 봐도 젊더라. '오늘이 제일 젊다'는 걸 명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예쁜 걸 뽐내면서 살고 싶다. 스스로 알고 좀 살았으면 좋겠다(웃음)."

배우로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졌다. 손예진은 "아무래도 안 해봤던 걸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같은 로맨스라도 이야기의 결이 다르면 그게 매력이 있지 않나. 한 작품을 하면 그 속에 많은 것들을 보여드리게 되고, 시청자들이 이미 본 이미지나 비슷한 걸 보여주는 게 보는 분들도 재미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어 "장르나 캐릭터에 있어서 새로운, 안 해본 것에 대해 계속 찾게 되는 것 같다. 사극도 오랜만에 도전해봐야지 마음먹은 것도 새로운 모습, 그것도 저의 새로운 모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품의 성적과 평가에 대한 생각 역시 과거와 달라졌다.

손예진은 "'스캔들'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대중적인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조씨부인과 조원의 캐릭터를 따라가면서 모든 대중이 응원한다거나 악역이어서 그 행동을 보며 대리만족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속도도 느린 편이고 요즘처럼 빠른 편집과 빠른 이야기 전개가 아니다. 여백의 미가 많은 작품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모든 이들에게 공감될 수 없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품을 향한 호불호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정말로 호평해주면 좋겠지만 다 호평하는 작품은 쉽지 않다. 보는 분들마다 재미없게 보실 수도 있고 재밌게 볼 수도 있는 거고, 오로지 보시는 분들의 몫이지 않겠나. 명확한 것이나 통쾌함은 없지만 이런 작품만의 미덕도 있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선택했다."

배우로서 오랜 시간을 지나오며 결과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손예진은 "예전에는 나는 이런 배우가 되어야지, 이런 모습을 보여야지 하는 것들이 조금 구체적이었던 것 같다"며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결과에 연연했다. 작품이 잘됐으면 좋겠고 책임도 무거웠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작품이 잘되고 안 되고에 너무 나뉘면 되게 힘들더라."

그가 지금 그리고 있는 미래는 오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다. 손예진은 "내가 얼마까지 연기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미친 듯이 달려왔다면 지금은 진짜 축적이 되고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쌓아서 에너지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작이 많이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많이 해와서 그럴 수도 있다"며 "어렵지만 도전하고 싶은 배역들을 찬찬히 만들어가면서 성장하고 싶다. 그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러면서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손예진은 현재 차기작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내년에 찍어 놓은 게 릴리즈 될 것"이라며 "넷플릭스 시리즈 '버라이어티'다. 그 작품을 통해 안 보여드렸던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아서 깜짝 놀랄 수도 있다. 기대해달라"고 예고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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