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각색 채운 음악의 힘…무대 위에 펼쳐진 '연의 편지'[리뷰]
입력 2026. 10.28. 13:57:11

연의 편지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수많은 웹툰·웹소설이 무대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서정미가 돋보이는 웹툰 '연의 편지'도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담담하게 흘러가는 원작은 어떻게 무대 위에서 극적 다이내믹을 얻게 됐을까.

2018년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된 '연의 편지'(조현아 작가)는 익명의 편지를 발견한 전학생 이소리가 편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다정한 메시지와 몽환적인 화풍으로 큰 사랑을 받은 '연의 편지'는 지난해 10월 동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데 이어, 2026년 9월 뮤지컬이라는 새 옷을 입고 대학로에 상륙했다.

무대로 확장된 '연의 편지'는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의 트라우마에 갇힌 소리의 모습으로 출발한다.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일에 목소리를 냈다가 도리어 상처 입고 도망쳐야 했던 주인공의 후회와 자책, 그리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여정을 순수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나간다는 점은 원작과 궤를 같이한다.

무대 문법에 맞게 옮겨오는 과정에서 서사의 다이내믹을 강조하기 위한 각색이 들어갔다. 원작은 10부작의 짧은 호흡을 지닌 웹툰으로, 특유의 잔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만으로도 독자의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반면 뮤지컬은 원작의 단조로움을 보완하고 극적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인물들을 보다 특징적으로 활용했다.


우선 갈등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안승규의 서사는 한층 입체적이고 강렬하게 보강됐다. 반장이라는 설정과 앞뒤가 다른 이중적인 면모를 극대화해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극의 특성상 편지와 회상을 통해서만 등장하는 정호연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도서부장, 김순이 기사님, 중국집 배달원 등 다양한 조연 캐릭터를 소화하며 극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이 과정에서 푸근하고 정겨운 김순이 기사님과의 에피소드는 익살스럽고 유쾌하게 그려졌다. 깨알 같은 웃음을 주고자 한 시도임은 분명하나, 원작 고유의 담백함을 기대한 원작 팬들에게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인물의 활용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서사의 디테일보다는 극적 장치에 무게를 둔 각색이 아쉬움을 준다. 호연이 어떻게 소리가 전학 온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편지를 남겨둘 수 있었는지, 느닷없이 등장하는 국궁 모티프의 개연성은 무엇인지 등 원작을 접하지 않은 관객 입장에서는 의문이 남을 수 밖에 없다. 필연적이기보다 우연에 기대어 극을 전개한다는 인상이 깨끗이 지워지지 않는다.

이 공백을 단단하게 채워 넣는 것은 단연 음악의 힘이다. '빨래', '랭보', '렛미플라이' 등을 통해 서정적인 멜로디의 정수를 보여준 민찬홍 작곡가는 이번에도 특유의 유려하고 부드러운 선율로 극의 정서를 든든하게 지탱한다.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넘버들은 성긴 서사 사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시각적인 무대 연출 역시 작품의 몽환적인 매력을 배가시킨다. 특히 어둠 속을 수놓는 반딧불이 장면은 세계적인 마술사 유호진이 일루션 디자이너로 참여해 판타지적 감성의 정점을 찍는다. 호연의 손바닥 위에 머물던 반딧불이가 유영하듯 무대 전체로 번져나가는 빛의 향연은 관객을 단숨에 동화 같은 시공간으로 초대한다.


배우들의 열연도 빛난다. 전혜주는 맑은 미소와 음색, 여리지만 꽉 쥔 주먹으로 익명의 편지를 찾아 나서는 이소리 역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상처와 후회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반짝임을 온몸으로 뿜어낸다.

정호연과 멀티 캐릭터를 유연하게 오가는 정욱진은 특유의 능청스러우면서도 따뜻한 연기로 객석에 웃음과 뭉클함을 동시에 안긴다. 박동순 역의 김준식은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퉁명스러운 겉모습으로 오해받지만 내면은 외롭고 주눅 든 인물의 결을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올해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로 데뷔한 신예 이주찬은 두 번째 작품인 이번 무대에서 이중적인 면모를 지닌 안승규 역을 맡아, 안정적인 가창력과 날 선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한편, 뮤지컬 '연의 편지'는 오는 11월 29일까지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수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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