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러브리티 패션’, 유명인이 가진 유행파급의 힘
- 입력 2013. 01.23. 11:52:54
-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21일(현지시각) 있었던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2기 취임식은 행사만큼이나 퍼스트레이디의 의상선택에도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하루가 지난 지금 취임식 의상을 디자인한 ‘톰 브라운’과 연회 드레스 2연패를 달성한 ‘제이슨 우’에게 엄청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건 당연지사.이처럼 유명인, 즉 셀러브리티(celebrity)가 공식적인 행사에서 입는 의상에 대중은 열광한다. 2011년 4월, ‘세기의 결혼식’이란 호들갑 속에 TV로 생중계된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을 시청하던 많은 이들은 웨딩드레스를 보기 위해 그 지루한 식전행사를 참아내야 했으며, 그 결과 ‘사라 버튼’이라는 또 한명의 스타디자이너가 탄생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는 파격행보와 더불어 스타일로도 주목받고 있는데, 최근 공개된 한 사진에서는 리설주 옆에 ‘크리스찬 디올’의 클러치백이 놓여 있어 이를 두고 ‘타임’지는 그를 ‘현대판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기도.
20세기 말의 패션 아이콘 다이애나비의 경우를 보자. 1994년 디자이너 핸드백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던 무렵, 그가 공식일정에 ‘레이디 디올’ 백을 든 모습이 미디어에 종종 노출되자 프랑스 퍼스트레이디 베르나데트 시라크도 이에 동참하면서 1997년에는 10만 개 이상의 ‘레이디 디올’ 백이 팔려나갔다. 급기야 이 백은 '레이디 다이(Lady Di)'라는 애칭까지 붙으며 스테디셀러로 등극했다.
톰 브라운이 이번 취임식 의상을 디자인하고도 행사장에 등장할 지 확신하지 못했다 밝힌 것처럼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디자이너들은 셀러브리티에게 서로 자신의 옷을 입어 달라 구애한다. 정치인 혹은 그의 아내보다 의상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스타의 경우 이 경쟁은 한층 치열한데, 그 정점에 달하는 행사가 바로 오스카시상식 레드카펫.
1999년 오스카시상식에서 기네스 펠트로가 입은 ‘랄프 로렌’ 드레스는 소녀들이나 좋아할 만한 핑크를 단번에 ‘쿨한’ 컬러로 끌어 올린 동시에 ‘공주드레스’ 스타일까지 그 해의 넘버원 파티룩으로 만들었다.
이미 1997년 CNN이 “헐리웃의 가장 큰 이벤트가 디자이너에게는 제일 중요한 마케팅 순간으로 변하고 있다”고 평한 바와 같이, 셀러브리티가 전 세계에 노출되는 순간 디자이너는 광고 이상의 효과를 얻으며, 셀러브리티 역시 이를 이용하고 때로는 브랜드로 자신의 수준을 평가받는다.
때문에 그들의 의상은 대부분 고가의 럭셔리브랜드지만 그 반대의 경우 오히려 대중은 환호한다. 미셸 오바마가 공식행사에서 ‘H&M'과 ‘제이크루’를 입자 검소한 퍼스트레이디라는 찬사를 받은 것처럼.
샤론 스톤은 ‘카지노’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1996년 오스카시상식에서 ‘갭’의 22달러짜리 터틀넥셔츠를 ‘발렌티노’ 코트, ‘조르지오 아르마니’ 스커트와 매치했다. 비록 수상은 놓쳤지만 미디어는 열광했고 2004년 ‘피플’지 선정 ‘오스카룩 톱10’을 비롯해 패션 역사에 기록되는 영광을 얻었으며, 이 셔츠는 ‘갭’ 매장에서 ‘샤론 스톤 셔츠’로 광고되며 출시되자마자 완판됐다. 스톤은 이에 탄력 받아 2년 후 또다시 ‘갭’의 화이트셔츠를 ‘베라 왕’의 롱스커트와 코디네이트해 시크함의 절정을 뽐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007년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마이티 하트’ 시사회에 참가한 안젤리나 졸리의 블랙 벨벳드레스가 LA의 빈티지샵 ‘웨이스트랜드’에서 26달러에 구입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대중의 열광적인 호응를 얻어냈다.
비슷한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있었는데, 2011년 5월 이효리가 한 행사장에서 ‘H&M’의 3만9천 원짜리 롬퍼형 원피스를 입고 등장하자 그에게는 ‘개념녀’라는 지지가 쏟아지기도 했다.
셀러브리티 패션은 그 자체로 엄청난 상징성을 지닌다. 유명인사가 공개된 장소에서 지지하는 의상과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크게 어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그들을 마케팅의 도구로 활용하고, 셀러브리티 또한 브랜드 선택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다. 때로는 지나치게 값비싼 제품이나 모피 착용으로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디자이너와 셀러브리티라는 이 흥미로운 관계를 눈여겨보면 아무리 지루한 취임식이라도 기다려지는 행사가 될 수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fnews@mkinternet.com/사진=톰 브라운 페이스북, 크리스찬 디올, 오스카 홈페이지, 유튜브 캡처, 티브이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