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전’ 류준열 “말없는 락, 잘 전달될까 고민했죠” [인터뷰]
- 입력 2018. 05.28. 17:31:42
-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안다.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상황이 어떠한 흐름으로 흘러가는지에 관한 대사가 ‘독전’에선 필요하지 않다. 배우 류준열이 눈빛으로 말하기 때문. 심지어 류준열은 이 눈빛으로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최근 개봉한 ‘독전’(감독 이해영)에서 류준열은 마약 조직의 버림받은 연락책 락으로 분했다. ‘약 공장’으로 불리는 곳에서 의문의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모두가 사망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살아남은 락은 수년간 마약 조직을 뒤쫓은 형사 원호(조진웅)와 함께 마약 조직의 리더 이선생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극 중에서 락은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을 의심하며 손이 먼저 나가는 원호에게 원망의 눈초리도, 왜 때리느냐는 말보다는 “절 믿으세요?”라고 반문한다. 반신반의로 시작한 원호와 락의 동맹은 극의 전체를 함께하고 극의 말미엔 질문의 대답이 관객에게 돌아간다.
“락은 말수가 없고 감정표현이 없어서 고민이 많았어요. 관객에게 잘 전달이 될까 싶었죠. 저는 말 안 해도 아는 건 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초반엔 이해영 감독님과 의견 차이가 있었어요. 감독님이 원하는 연기 지점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초반엔 어려웠어요. ‘이렇게 해도 되나’하는 생각이었죠.”
락의 존재 자체가 베일에 싸인 인물이었다. 폭발사고에서 살아남았지만 성치 않은 몸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고, 반려견의 부상에 아파한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지도 분노에 휩싸이지도 않고 공허하다. 락과 함께하는 원호, 원호의 동료, 마약시장의 거물 진하림(故 김주혁),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차승원) 모두가 락의 본심을 알 수 없고 생각을 읽지 못한다. 이는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락 자체도 연극을 해야 해요. 반전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관객이 극을 돌아봤을 때 그런 뉘앙스의 연기였다고 보여줘야 할지 고민을 했는데 그건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독전’의 타이틀이 반전 영화가 아니잖아요. 반전에 중점을 두는 것보다도 인물의 감정과 마지막 장면을 위해 달려가는 영화기 때문에 소름 돋는 순간들의 연기는 많이 넣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락이 스스로 ‘내 자신이 누구일까’ ‘누구인지 알면 다 채워질까’ ‘진실을 알면 뭐가 바뀔까’하는 공허함으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 순간들을 살리려고 했어요.”
자신의 연기에 믿음이 없이 시작한 류준열이었지만 촬영 회 차가 거듭날수록 이해영 감독의 의도를 알아챘다. 이는 곧 ‘연기의 맛’으로 이어졌다. 류준열이 고수하던 연기에 관한 생각들은 오히려 게으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게 됐고 대신 감정연기에 충실히 하는 법을 배웠다.
“감정적으로 집중이 안 되거나 흐트러지면 반드시 NG가 났어요. 좋은 감정으로 찍을 땐 ‘오케이’ 소리가 나고요. 그냥 저는 감정에 충실했는데 모니터했을 때 좋다고 하셔서 장난치는 줄 알았어요. 한 때는 조진웅 선배님이랑 촬영하다가 조진웅 선배님이 고개를 ‘끄덕끄덕’ 하시더라고요. 그러면 ‘오케이’ 소리가 들렸고요. 이게 짜릿하기도 하고 ‘이 맛에 연기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류준열은 이전 작품에서 자신이 가진 재주로 작은 눈속임을 했다면 이번 ‘독전’에서는 그 이상의 재미를 느꼈다. 극에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뿐만 아니라 수개월간 함께 호흡을 맞췄던 조진웅과 포옹을 할 때에도 조진웅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원호를 만나고 하는 대화, 감정들을 나누고 난 뒤에 조진웅 선배님과 포옹을 했어요. 흔히 고생했다고 인사를 주고받는 것보다도 ‘이 감정을 위해서 달려왔구나’ ‘고생했다’는 느낌을 주고받았죠.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참 좋았어요.”
류준열의 존재감은 전작들에서도 빛이 났다. 그의 데뷔작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은 물론이거니와,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 ‘더 킹’(감독 한재림)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침묵’(감독 정지우)과 최근 개봉작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까지. ‘독전’에서는 그가 그동안 걸어왔던 길에서 한걸음 더 나아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류준열은 여전히 겸손함을 표했다.
“연기 성장보다는 재미나 맛을 봤다고 할게요. 연기를 하면서 본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제 스스로가 연기 성장을 느낀 것 보다는 전보다는 나아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조금씩 나아진다면 나중엔 성공하지 않을까요?”
아직은 자신의 연기를 완성되지 않은 연기라고 평하는 그는 ‘독전’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여태 촬영했던 작품들은 자신이 많이 등장하지 않아서 마음 놓고 영화를 관람했지만 ‘독전’에서는 류준열의 분량이 상당하기 때문. 그는 자신의 연기에 부족함이 보여 영화를 보지 못하겠다며 쑥스러워했다.
“좋은 시나리오여서 온전히 영화를 즐기고 싶은데 제가 나오니까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보고 나왔을 때 이해영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이 영화 어땠냐고 물어봤는데 ‘그럭저럭’이라고 답했어요. 서운하셨던 것 같아요.(웃음) 이번 제작사 대표님은 전작 ‘침묵’에서도 함께 했었거든요. 그때는 재밌게 봤다고 했었는데 그땐 제가 얼마 안 나와서 재밌게 본거죠. 제 연기를 보면 부족함이 남고 후회가 남아요. 그래서 부끄러워요.”
류준열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시나리오라고 답했다. 시나리오가 재밌어야 촬영하는 재미가 있다며 ‘독전’의 매력 또한 이것으로 꼽았다.
“영화를 볼 때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어요. 러닝타임이 두 시간이 넘는데 저는 두 시간이 안 되는 줄 알았거든요. 이게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건데, 관객들도 안심하고 보시지 않을까요? 배우와 감독이 만든 영화에서 갖고 있는 감정들을 관객들도 잘 캐치했으면 좋겠어요.”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