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에 갇힐까 걱정"…채수빈 '나충전'으로 지운 고민[인터뷰]
입력 2026. 10.16. 13:44:46

채수빈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배우 채수빈이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에 자신만의 매력을 더하며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을 증명했다. 동시에 한 장르에 갇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마주하고, 배우로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는 채수빈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는 인공 심장 배터리가 방전된 남자와 전기 능력을 가진 여자의 찌릿하고 짜릿한 충전 빙자 로맨틱 코미디다. 극 중 채수빈은 전기 능력을 지닌 드라마 작가 나보배 역을 맡았다. 작품을 처음 접했을 당시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가진 매력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고민도 있었지만 제작진의 자신감을 믿고 작품에 합류했다.

"처음 대본 받고 확신이 안 들어서 고민했는데 작가님, 감독님 다 오셔서 잘 만들 자신 있다고 해주셔서 믿고 가자고 생각했다. 이후로는 감독님을 믿고 갔던 것 같다. 전형적일 수 있는 로코를 잘 틀어서 우리가 좋아하는 걸 맛있게 만들어 주신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다. 보배를 연기할 때는 로코 여주인공으로서 차별점을 둬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보배라는 캐릭터가 가진 성격 같은 것들을 잘 표현할 수 있게 했다. 현장에서 배우들과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만들어진 게 많은 작품이었다."

채수빈은 그동안 넷플릭스 영화 '새콤달콤', 넷플릭스 시리즈 '더 패뷸러스',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등을 통해 로맨스 장르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다져왔다. 사랑스러운 캐릭터부터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야 하는 인물까지 다채롭게 소화해 왔지만, 비슷한 결의 역할을 거듭하다 보면 연기 스펙트럼이 좁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내가 이 캐릭터를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보다는 내가 계속 이런 로맨스, 사랑스러운 역할을 하다가 여기에 갇혀버리면 어떡하지 싶었다. 대중의 시선도 그렇고 나 스스로도 연기적인 면에서 갇히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있어서 고민했다. 그렇지만 하기로 마음먹고 나서는 그냥 신나게, 재밌게 했던 것 같다."


극 중 나보배는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 두려워하고, 스스로를 남들과 다른 존재로 여기며 감추려 한다. 채수빈은 비현실적인 설정에 집중하기보다 능력 때문에 상처를 입고 타인과 거리를 두게 된 보배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주력했다.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보배가 그 능력을 갖게 되면서 어디 가서 영웅처럼 쓰고 그러는 게 아니다. 오히려 되게 감추고 싶어 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고 싶어 하지 않고, 스스로를 괴물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그래서 능력적으로 어떻게 보여주고 이런 것보다는 이 아이가 갖고 있을 상처라든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학창 시절에 가졌던 상처 같은 것들을 생각하려고 했던 것 같다."

보배의 전기 능력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면서도 특유의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외적인 표현에도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 부스스하게 부풀어 오른 곱슬머리와 편안한 옷차림, 또렷한 눈매를 강조한 메이크업은 보배의 개성을 완성하는 요소였다. 특히 시선을 끈 곱슬머리는 파마가 아닌 고데기로 매일 연출한 스타일이었다.

"보배가 어쨌든 전기 능력이 있고 이러다 보니까 머리 뒤로 정전기가 뜨고 이런 장면들이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생각했다. 머리를 뽀글뽀글하게 하면 그게 좀 더 귀엽게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메이크업도 보통 아이라인을 그리는 것보다는 속눈썹만 살려서 초롱초롱하고 맑은 느낌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옷도 화려한 옷이 아니라 추리닝을 입고 후줄근하게 다니니까, 그 와중에도 귀엽게 보일 수 있는 보배의 캐릭터성이 드러나도록 헤어·메이크업·스타일링 팀에서 많이 노력해 줬다. 뽀글뽀글한 머리가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서 머리를 다 볶는 스타일링을 하게 됐고, 파마로는 원하는 느낌이 나오지 않아서 매일 고데기로 했다."


김영광과의 호흡도 극의 설렘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보배와 호랑은 처음부터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는 관계가 아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으며 서서히 가까워진다. 채수빈은 촬영 초반 김영광을 다소 어렵게 느꼈지만, 함께 연기하며 그의 따뜻한 면모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초반에는 오빠가 조금 어렵게 느껴졌는데, 막상 촬영하고 친해지니까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었다.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걸 보고 참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처음 봤을 때는 차가워 보이고 무서워 보이고 말 걸기 좀 어려운 느낌이었는데, 알고 봤더니 진짜 츤데레의 정석처럼 사람들을 엄청 챙기고 따뜻한 사람이더라."

두 사람은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의 장면을 어떻게 하면 새로운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했다. 정해진 연기에 머무르기보다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상대의 반응에 자연스럽게 호응하며 장면을 만들어 갔다.

"우리가 아는, 많이 봤던 장면들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까 고민했다. 그런 것들을 진중하게 생각하면서 서로 열심히 아이디어를 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한쪽에서 던지면 다른 쪽에서 툭 받고, 그런 티키타카가 되게 좋았던 현장이었던 것 같다."

보배가 호랑이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 역시 작품의 주요한 재미다. 모태솔로인 보배는 호랑이와 함께 지내며 처음 경험하는 감정에 혼란스러워한다. 티격태격하면서도 계속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조금씩 가까워지고, 호랑이의 행동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채수빈은 보배가 느끼는 낯선 설렘과 혼란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연기했다.

"서로 첫눈에 반한 게 아니다 보니까 뭐 이렇다 할 계기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둘이 붙어 있고, 투닥투닥하면서도 붙어 있을 수밖에 없고 또 봐야 되고 이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것 같다. 거기다 이제 또 스킨십을 해야 된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면서 모태솔로인 보배 입장에서는 심장이 떨리고, '내가 왜 이러지', '이게 뭐지' 하는 어리둥절한 감정을 느끼다가 호랑이가 고백 같은 걸 몇 번 한다. 이게 고백인 건가 싶었다가 아니고, 다시 고백인 건가 싶었다가 아닌 상황이 반복되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금씩 커지지 않았나 싶다."


이번 작품은 채수빈에게 연기자로서 자신의 강점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로맨스 장르를 반복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작품을 선택하기 전부터 이어졌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연기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되찾으면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을 깊이 있게 쌓아가는 것 역시 의미 있는 과정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나를 충전해줘'를 찍기 직전이 그 고민이 가장 많았을 때였던 것 같다. 오히려 이 작품을 찍으면서 힐링이 되는 순간을 느끼면서 연기가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도 됐다. 영광 오빠랑 예능 홍보 촬영을 하면서 영화과 대기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제가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걸 아니까 조언을 해줬다.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차곡차곡 더 쌓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면서 다른 장르나 길이 열릴 것 같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내가 너무 변화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 있었나 싶었다. 지금 나한테 주어진 것,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차곡차곡 밟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마음이 정리된 것 같다. 그렇다고 완전히 고민이 풀린 건 아니고 지금도 계속 고민하고 있지만, 촬영 초반보다는 마음이 놓아진 것 같다."

채수빈이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하는 데에는 나이에 따른 역할의 변화와 미래에 대한 불안도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로맨스 속 인물도 시간이 흐르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때 자신이 어떤 배우로 남아 있을지,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를 마주했을 때도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하게 됐다.

"사실 내가 이런 배우가 돼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내가 만나는 역할들을 잘 연구하고 탐구해서 잘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로맨스라는 작품에 너무 갇혀서 스스로 연기할 때도 시야가 좁아지고 있는 건 아닐까 고민했다.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언젠가는 이걸 못 하게 될 나이가 올 텐데, 그때 아무 곳에서도 선택받지 못하면 어떡하지, 나 스스로도 자신이 없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런 고민 때문에 다른 장르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작품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상의 무료함이나 관계 속에서 부딪히는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휴먼 드라마는 물론,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색다른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고 정해놓기보다는 진짜 사람들 사는 이야기 같은 휴먼 드라마도 해보고 싶다.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무료함이라든가 부딪히는 갈등처럼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도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아예 다른 장르인 스릴러가 됐든 뭐가 됐든 여러 장르를 해보고 싶다."

로맨스 장르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쌓아온 채수빈. 한 장르에 머무르는 것은 아닐지 고민했던 그는 '나를 충전해줘'를 통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연기를 더욱 깊이 있게 해나가는 것 역시 중요한 성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로코퀸'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가는 채수빈이 앞으로 차곡차곡 쌓아갈 이야기에 관심이 모인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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