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읽기] ‘SKY 캐슬’ 서울대 의대의 상징성, 가정파탄까지 감수한 염정아 선택의 이유
입력 2019. 01.14. 17:44:32

JTBC ‘SKY 캐슬’ 염정아

[더셀럽 한숙인 기자] 의사 변호사, 소위 ‘사’자 직업이 예전만큼의 위엄을 상실한지 오래다. 넘쳐나는 의사 변호사들로 인해 제 밥벌이하기도 힘든 것이 요즘 이들 직업이 예전 같지 않은 이유다. 그럼에도 ‘SKY 캐슬’은 의과대학에 자녀들을 보내기 위해 가정파탄 위험까지 감수한 엄마들이 격렬한 투쟁기를 다룬다.

JTBC 금토 드라마 ‘SKY 캐슬’(스카이 캐슬)은 의과대학이 아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타협 없는 목표점이다. 의과대학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성역과도 같은 존재다.

재학 중인 고등학교에서 1등을 하고 있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내신도 좋고 생활기록부 관리도 잘한, 그야말로 공부하는 기계이면서 서류상 검증 가능한 인간성에 이를 완벽하게 뒷받침해줄 수 있는 집안의 지원까지 갖춰야 바늘구멍만한 기회가 주어진다.

상위 0.1%들이 소위 하위 계층과 섞이지 않고 그들만의 세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필요충분 요건으로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갖는 상징성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SKY 캐슬’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이 드라마의 핵심 인물인 한서진(염정아)과 이명주(김정난)에게 자녀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입학은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에 대한 댓가로 치러야하는 타협 불가능한 의무이다. 특히 남편 강준상(정준호)과 박수창(유성주)은 2대째 의사 집안으로 집안의 가업 승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자신들이 집안에 존재하는 이유다.

‘SKY 캐슬’은 1899년 출간 당시 큰 파장을 일으킨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에 언급된 유한계급 즉 상류계급들이 자신들이 속해 있는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력과시 기질’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제언에서 이론적 토대를 찾을 수 있다.

베블런은 의사 법조인 금융인 등 소위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금력과시 직업들은 상류계급으로 편입하는 길이면서 동시에 이런 직업들은 상류계급 자손들만이 약탈적인 시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특권임을 직시했다.

수 백 년 전 정립된 배블런의 유한계급론은 ‘SKY 캐슬’에 무섭도록 적확하게 들어맞는다. 지적인 채 하는 상류계급의 실상은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생사의 위험은 물론 불법도 불사하는 범죄단체에 비견되는 야만사회다.

한서진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한 아들의 뼈아픈 한마디로 자살한 이명주의 죽음을 지켜보고 남편의 혼외자인 혜나가 죽음의 문턱에 있는 순간에도 판단의 기준은 오로지 딸 예서(김혜윤)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합격 여부다.

결국 남편 강준상에게 딸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숨겨 수술의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예서가 혜나의 죽음의 원인 제공을 하는 1차 가해를 했다고 해도 그보다 더 잔혹하고 결정적인 2차 가해 ‘의도적 방조’를 했다.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에는 한서진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한 이론적 근거도 제시돼있다. 상류계급의 지배적 특성으로 과감한 공격, 민감한 신분감각, 속임수, 세 가지를 언급했다. 이는 절묘하게도 한서진을 설명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결혼을 통해 상류계급에 편입한 한서진은 불완전한 지위를 완벽하게 하기 위해 지리멸렬한 공격도 마다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신분에 따라 타인의 가치를 판별하고 거짓과 속임수까지 서슴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런 행동이 윤리적으로든 법적으로든 합당치 않음에도 상류계급이라는 이유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씌운다.

한서진의 이러한 모든 행동이 설득력 있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수긍이 간다는 점이 등골을 더욱 오싹하게 한다.

모든 이에게 기회가 균등한 평등사회라는 가면을 쓴 자본주의가 실은 과거 귀족사회보다 더한 신분사회이고 대중이 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 드라마가 시사하는 바이다.

여기에 하나 더 계급을 지키기 위한 투사로서 이명주의 죽음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결국 상위 0.1% 중에도 진골이 존재하고 진골이 아닌 사람은 전사로 과감하게 폐기처분 되는 것 아니냐는 또 하나의 화두를 불러일으킨다.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나오는 스포일러들 중 하나로 제시된 한서진의 죽음은 그런 의미에서 설득력이 있게 다가온다.

‘SKY 캐슬은 방영 초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연장이 결정돼 총 20부작으로, 이제 2주, 4부가 남았다. 남은 회차에서 한서진에게 어떤 결말이 다가올지 더욱 긴박감을 높인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JTBC ‘SKY 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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