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하나면 나도 ‘버튜버?’…낮아진 진입장벽, 넓어진 시장 [Ce:포커스]
입력 2026. 10.20. 06:00:00

오위스, 위고식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스마트폰 하나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방송하는 시대다. 화면 속 가상 캐릭터가 실제 사람의 표정을 따라 움직이고,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대화도 나눈다. 한때 전문 장비와 제작 기술이 필요했던 ‘버튜버(버추얼 유튜버)’의 진입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방송 플랫폼들이 개인 창작자를 위한 제작 지원을 확대하는 가운데 버추얼 아이돌을 육성하는 기업에도 수십억원의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버튜버는 실제 사람의 얼굴 대신 2D, 3D 캐릭터를 내세워 활동하는 인터넷 방송인을 뜻한다. 카메라나 모션캡처 기술을 활용해 사람의 표정과 움직임을 캐릭터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가상 인물과 달리 실제 사람이 목소리와 움직임을 담당하며 시청자와 소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 버튜버 활동을 위해서는 캐릭터 제작과 움직임 구현에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했다. 특히 전신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표현하려면 전문 모션캡처 장비와 촬영 공간 등이 뒷받침돼야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얼굴 움직임을 인식하는 기술이 활용되면서 별도의 고가 장비 없이도 기본적인 버추얼 방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SOOP이다. SOOP은 지난해 2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버추얼 모드’를 도입했다. 모바일 기기만으로 가상 아바타를 활용해 방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이다. 기존에는 모바일 방송을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카메라 장치를 준비해야 했지만 해당 기능을 활용하면 이러한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입문 수준의 방송뿐 아니라 전문적인 콘텐츠 제작을 위한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SOOP은 2024년부터 버추얼 스트리머를 대상으로 광학식 모션캡처 스튜디오 대관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지난 8월에는 기존 1곳이던 지원 스튜디오를 9월부터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총 4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튜디오에서는 광학식 모션캡처 슈트와 촬영 장비, 전문 오퍼레이터 등을 지원한다. 필요에 따라 촬영 원본 데이터도 제공해 다른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3D 아바타를 보유한 스트리머가 콘텐츠 기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실제 지원 대상은 내부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네이버의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도 버추얼 콘텐츠 제작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3월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 문을 연 ‘모션스테이지’가 대표적이다. 전문 모션캡처 장비와 제작 인력을 갖춘 공간으로, 스트리머들이 고품질 3D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치지직에서 버추얼 콘텐츠로 활동하는 스트리머라면 루키, 프로, 파트너 등 등급에 관계없이 이용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자 가운데 이용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모션스테이지 공개 당시 치지직 내 버추얼 콘텐츠 시청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지원 배경으로 꼽았다.



개인 창작자가 고가의 장비를 직접 구매하거나 전문 제작 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버추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 셈이다. 다만 스마트폰을 활용한 간단한 방송과 전신 모션캡처를 활용한 고품질 콘텐츠 제작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의 전문 장비 지원 역시 선정된 스트리머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만큼 모든 창작자가 동일한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버튜버의 활동 기반이 넓어지는 사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가상 캐릭터를 하나의 아티스트이자 지식재산권(IP)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데뷔한 5인조 버추얼 걸그룹 오위스(OWIS)가 대표적이다. Mnet ‘프로듀스 101’ 출신이자 그룹 키스오브라이프 제작에 참여했던 이해인이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를 맡은 엔터테인먼트사 올마이애닉도츠(AMA)가 선보인 그룹이다. 오위스는 데뷔 후 Mnet ‘엠카운트다운’,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 음악방송 무대에도 올랐다.

AMA는 지난 4월 SBVA와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총 69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는 투자금을 버추얼 관련 기술 고도화와 후속 앨범 콘텐츠 제작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실제 아이돌 제작 경험을 갖춘 인력이 버추얼 아티스트를 선보이고, 벤처캐피털이 관련 사업에 투자한 사례다.



네이버도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 조직 D2SF는 지난 7월 버추얼 보이그룹 위고식스(WE GO-6)를 공개한 스타트업 23세기아이들에 신규 투자했다고 밝혔다.

23세기아이들은 실시간 모션캡처와 3D 캐릭터를 애니메이션처럼 표현하는 툰셰이더 등 버추얼 콘텐츠 제작 기술을 자체 개발한 기업이다. 적은 인력으로도 콘텐츠를 빠르게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는 작업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주목을 받았다. 네이버는 향후 자사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모션스테이지 등 관련 조직과의 협력 가능성도 모색할 계획이다.

개인 버튜버와 버추얼 아이돌은 모두 가상 캐릭터를 활용하지만 활동 방식과 제작 규모에는 차이가 있다. 개인 버튜버가 실시간 방송과 시청자 소통을 중심으로 활동한다면 전문 제작사가 운영하는 버추얼 아이돌은 음악과 퍼포먼스, 캐릭터의 세계관 등을 결합해 팬덤을 형성한다. 후자의 경우 기술 개발뿐 아니라 음악 제작과 마케팅, 지속적인 콘텐츠 공급에도 투자가 필요하다.



눈여겨볼 점은 두 시장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제작 문턱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 방송에서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간편한 방송 기능과 플랫폼의 장비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전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자체 제작 기술을 확보한 기업들이 투자금을 유치해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제작 환경이 개선됐다고 해서 곧바로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규 버튜버가 실제로 얼마나 늘었는지 플랫폼 지원을 받은 창작자들이 어느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는지에 관한 비교 자료는 아직 부족하다. 버추얼 아이돌 역시 투자 규모와 별개로 음악과 콘텐츠를 통해 팬덤을 확보해야 한다.

버튜버 방송을 시작하는 방법은 다양해졌고, 전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났다. 하지만 방송을 시작하는 것과 시청자를 꾸준히 확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제작 기술과 장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움직임이 실제 창작자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SOOP, 네이버, 올마이애닉도츠(오위스), 23세기아이들(위고식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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