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타임' 류혜영이 삶을 인정하는 법[인터뷰]
입력 2026. 10.21. 16:30:45

류혜영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배우 류혜영이 스릴러 장르와 강렬한 액션에 도전하며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였다. 2년이라는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오게 된 이번 작품은 그에게 설렘과 동시에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킬링타임'은 한순간의 사고로 모든 것을 잃은 인터넷 방송 크루 '킬링타임'이 재기를 위해 찾은 폐병원에서 의문의 존재에게 습격당하고, 무자비한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타임어택 스릴러 영화다. 류혜영은 팀원의 죽음 이후 죄책감과 불안 속에서도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게 되는 스트리머 '연우' 역을 맡았다.

지난 2024년 10월 촬영했던 '킬링타임'은 약 2년 만에 개봉하게 됐다. 류혜영은 개봉을 앞두고 "이 영화 자체가 한정된 시간, 예산 안에서 한여름 밤의 꿈처럼 빠르고 집약적으로 촬영했다. 촬영을 마치고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늘 개봉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면서도, 촬영 현장만큼은 행복하고 좋았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액션을 실컷 해서 정말 좋았다"며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올해 이렇게 개봉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같이 힘을 합쳐서 즐겁게 찍은 프로젝트가 영화관에 걸린다는 사실 자체가 영광스럽고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릴러와 공포, 류혜영에게는 생소한 장르였음에도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끌림을 느꼈다고.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의 작품 합류 계기가 됐다.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저를 찾아줬다는 점 자체가 감사했다. 캐스팅을 담당하는 스태프들이 류혜영이 공포 장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준 것이 신선하고 감사하더라. 대본을 읽어보니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액션도 그렇고, 공포감에 휩싸여서 도망치는 추격신도 그렇고, 이전에 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이어서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설렜다."



'킬링타임'은 폐쇄된 공간인 폐병원을 배경으로 긴장감을 쌓아 올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언제 어디서 위협이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극대화되고, 촬영은 생존을 건 사투로 바뀐다. 류혜영은 "타임어택의 상황에서 생존에 대한 문제를 걸어본 적은 없기 때문에 '나라면 어떨까'를 많이 상상했다. 그런 상황과 현장에 놓이면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서 촬영이 기다려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류혜영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연우가 마주한 욕망과 상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영화에서 제시하는 디스토피아적인 설정과 현실을 연결지어 생각하며 이에 더욱 몰입했다.

"청춘의 두 축이 되는 주원과 연우라는 캐릭터가 있는데, 하나의 목표와 욕망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표출 방식은 다르다. 사실 저는 연우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상처도 많이 받고 트라우마가 되는 사건을 당했는데도 왜 똑같은 곳으로 돌아가려 하는지, 미움받은 사람에게 다시 돌아가려는 마음은 무엇일지, 이런 생각에서 출발해 연우를 연구했다. 감독님은 근미래에 뉴미디어법이 생겼을 때의 이야기라며 그 설정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이런 영상을 만들 때 목숨을 가볍게 소비하고, 도파민으로 이용하는 것에 무뎌지고 익숙해지는 디스토피아적인 설정이라는 걸 잊지 않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저도 연우에 몰입해서 요구를 다 수용할 것 같았다. 그 설정을 생각하고 난 뒤엔 이 스토리가 너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영화 안에 사회 풍자도 들어있는 것 같고, 감독님이 살짝 경각심을 심어주려고 했나 싶기도 했다. 어린 20대의 피 끓는 청춘이 하나의 욕망을 가지고 계속 나아가는데, 심지어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아무렇지 않은 시대가 된다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되더라. 소름이 끼치는 부분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류혜영은 연우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 그는 캐릭터를 연구해 나가면서 찾아낸 연우의 근원적인 욕망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분명히 연우라는 친구에게 결핍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정말 이것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어려서 미성숙한 부분과 결핍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의 제가 연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이유가 있었다. 저는 연우보다 인생을 조금 더 많이 살았고, 이 세계가 아니면 다른 세계도 있다는 것을 너무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연우를 처음 접할 때는 안일했다. '다른 걸 하면 되는데 왜 굳이 그 세계에 또 들어가나' 의문이 생길 정도로 나이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연우는 이것밖에 없어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연우에게는 절박함이 있고, 또 사랑에 대한 결핍이 있어서 계속 애정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다시 사랑 받기 위해서는 그 일을 다시 해야한다는 충돌이 스스로에게도 많았을 것 같다."



특히 '킬링타임'은 류혜영에게 액션 도전이라는 큰 의미를 지닌 작품이기도 했다. 평소 몸을 쓰는 것에 흥미가 많았던 만큼, 배우로서 액션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던 열망도 컸다고.

"관객으로서 액션 영화를 보면 그 안에서의 메커니즘도 궁금했고, 배우로서 저 장면은 어떻게 실제로 촬영되는지 궁금했다. 어디까지 대역배우가 하고, 어디까지가 실제 배우인지 궁금해지면서 제가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제가 몸쓰는 걸 좋아해서 유연하게 잘 쓸 수 있다 보니 스스로 연기의 지경을 넓히는 상징적인 장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액션을 잘하면 멋지잖나. 그런 이미지도 가져보고 싶었다.(웃음) 직접 경험해 보니 궁금증들이 많이 해소됐다. 감정적인 연기에서도 가끔씩 찾아오는 뿌듯함이 있는데, 저는 그걸 일종의 카타르시스라고 생각한다. 그걸 느끼고서 집에 오면 잠이 잘 안 오고는 한다. 기분이 좋아지면서 뇌에 생각도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액션 씬을 촬영하고 시원하게 오케이를 받아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면, 집에 와서 바로 기절을 하더라. 내 한 몸 불살랐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액션으로만 점철된 영화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함께 극을 이끌어간 배우 남윤수와의 신선했던 호흡에 대해서도 회상했다. 류혜영은 정반대의 매력을 지녔기에 촬영 내내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윤수는 저와 다른 사람이라서 좋았다. 비슷한 결을 가진 친구들도 있는 반면에, 이렇게 정반대의 결을 가진 친구는 거의 처음 봤다. 의외의 것이 정말 많은 친구여서 촬영 내내 질문 폭격기가 됐다. 윤수는 계속 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다. 서로 편하게 이야기도 주고 받고 짧은 시간이지만 금방 친해지기도 했다."

이처럼 즐거운 촬영으로 기억에 남는 만큼, 류혜영에게 '킬링타임'은 더욱 의미 깊은 영화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관전 포인트를 직접 짚어주기도 했다.

"시간제한이 있는 영화인 만큼 그 촉박함을 같이 갖고서 즐겨주시면 긴장감이 배가 된다. 같이 쫓기는 듯한 기분도 느끼면서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는 타임 어택이 이 영화의 킥이라고 생각한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뒤집히는 반전의 연속이 포인트고, 감독님도 그 포인트를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 부분을 주의 깊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극 중 연우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류혜영은 자신을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응답하라 1988' 이후 겪었던 공백기를 지나 드라마, 예능, 영화를 넘나들며 폭넓게 활약 중인 현재의 행보를 떠올리게 했다. 그렇다면 배우이자 인간 류혜영이 나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성은 무엇일까.

"제 삶의 방향성은 인정하는 사람인 것 같다. 요즘의 저는 스스로 부족한 게 있으면 그 부분을 인정하고, 그 부분을 안고서 이 자연에 탑승한다. 사실 당장 내일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 않나. 그러니 하고 싶은 걸 하고, 일단 해보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 걱정에 휩싸여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20대의 류혜영이 있었다. 지금은 걱정을 하되 내일 것까지만 하고, 하고 싶은 걸 당장 해볼 수 있다면 일단 해보자는 마인드다. 웬만하면 다 해보고, 죽기 전에 다 해보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

또한 류혜영은 자연에서 힐링을 얻으며 삶의 불가항력적인 순간들을 순응하고 인정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고 전했다. 캠핑, 러닝, 골프처럼 자연의 영향을 받는 취미를 즐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을 보면서 삶에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들이 존재한다는 걸 체감하고, 그것을 인정해가는 시기인 것 같다. 그래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취향도 명확해지고 있다. 이제는 내가 정말 겪기 싫은 일을 안 겪어도 되는 것 같다. 어제도 영화 대표님이 제게 정말 잘 버텼고 대단하다면서 이제는 그런 일을 겪을 필요가 없다고 해주시더라. 제가 19년 차가 될 때까지 별일을 다 겪었는데, 그 안에는 어쩔 수 없는 사건도 있고, 싫지만 해야 하는 사건도 있었다. 그 시간을 다 버티고 지금까지 배우를 하고 있다는 것도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저의 내일이 항상 기대되는 것 같다."

특히 류혜영은 최근 영화 '인턴'을 시작으로 '암살자(들)', '킬링타임'까지 연달아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는 이 순간에 감사하면서도 기대감을 동시에 내비쳤다.

"그저 감사하고. 꿈을 꾸는 기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느끼고, 이미 제 인생이 대성공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일지 항상 생각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게 앞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으로 내일을 더 좋게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올바른 욕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와 동시에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응원해주는 팬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도 아낌없이 드러냈다.

"정말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제가 오랜만에 무대인사를 갔었는데, 문화가 요즘 시대에 맞게 많이 바뀌었더라. 제가 그 부분에 적응해 나가면서 팬분들은 이런 자리를 정말 원하셨다는 걸 느꼈다. 팬분들이 저를 직접 응원해주고 싶었다는 기운도 느껴져서 무대인사를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 팬분들이 상영관을 따라다니면서 저를 보러 와주시는데, 그럼 사실상 그 스케줄을 같이 소화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열심히 제게 힘을 주려고 하는 게 느껴진다. 자신의 에너지를 써가면서 제게 에너지를 주려고 하는 것에 벅참이 오기도 한다. 그런 벅참과 감사함이 무대 인사가 끝난 뒤 집에서 휘몰아치더라. 내가 뭐길래 저렇게 같이 고생하고, 짧은 시간 속에서도 응원 한마디를 더 해주려 하는건가 싶었다. 감사한 만큼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내년이면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이하지만, 류혜영은 여전히 '새로운 배우'로 남아있다. 그는 오랫동안 활동해 온 배우에 안주하기보다 여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가짐을 갖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만큼 바쁜 게 처음이라 사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도 이제 1년째라서 대중들 앞에서 오래된 배우라는 느낌보다는 '새롭게 보이는 배우'라는 느낌이 들어서 또 다른 시작이라는 생각한다. 물론 저를 오래 봐주신 분들에게는 20주년이 의미가 있겠지만, 제게는 '그런데도 아직도 새롭네'라는 말이 가장 큰 칭찬일 것 같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더타이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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